행복한 철학자 – 우애령, 엄유진 그림, 하늘재, 2007.
배우자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한 철학자 이야기.
정년 퇴임을 앞둔 철학교수 남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책입니다. 프러포즈로 철학적 소논문을 받는 일, 일곱 명의 시누이가 첫 만남에 저자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하얀 거짓말로 관계의 시작을 좋게 만드는 모습을 그려 냅니다. 저자도, 저자가 “철학자”로 부르는 저자의 남편분도 그 내공이 만만찮아 보입니다.
생명과 이웃에 대한 애정도 뚝뚝 묻어납니다. 죽을 위기에 처한 것 같아서 새끼 오리 세 마리를 아파트 정원에서 키우기로 결정한 철학자의 결정은 이웃 주민의 원성이 이어질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의 유학 시절, 잘 곳이 없다는 의문의 현지 여성을 집에 데려와 재워 주려고 했던 철학자의 모습도 어찌 보면 부부 싸움 유발자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철학자의 인간미를 더 크게 느낍니다.
따뜻하면서 재미있는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문장력이 좋아서 글이 잘 읽히고, 재미있게 말할 줄 아는 친구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유머가 느껴집니다. 글이 재미있지만, 최근 스타일은 아닙니다. 출간 후 시간이 꽤 흘러서 그런지, 이 책이 모든 세대에 잘 읽히고 재미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들지 않았습니다. 찾아보니 2023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고 하니, 개정판을 읽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P. 41.
이미 일어난 일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스토아 학파의 철학은 아내를 위한 학설이 틀림없다는 심증은 이래저래 날로 굳어져 가기만 한다.
P. 67.
그는 마침내 내게 ‘우리는 개체가 다르지 이미 타자가 아니다’ 라는 철학적 소논문 같은 것을 보내왔다. 짐작건대 아마도 그것은 논문이 아니라 프로포즈하는 장문의 편지였던 것 같다.
P. 69.
인생에는 정말 아이러니컬한 점이 있다. 우리가 어떤 관점을 갖는 순간부터 그 관점의 포로가 되어 자기도 모르게 그 선을 따라 생각하고 움직이게 되는 성향이 있는 것이다.
P. 155.
결혼 생활은 청문회와 비슷하다. 질문에 또박또박 정직하게 대답했다가는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게 마련이다.
아름다운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네.
거리를 다닐 때 주위를 잘 살피게,
그리고 빛이 나는 것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기를.
(2025. 3. 14)
행복한 철학자 (개정판) 정보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