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코스모스
우주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우리네 삶의 이야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더 비기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저서의 원형과 같은 책입니다. 심지어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개념이 잡히기 전에 대중에게 저자가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셈이니까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과학 서적으로 꼽히고, 제가 이 책을 읽은 이유도 “아직 읽지 않아서”가 1순위였던 것 같습니다.
멋진 이야기 솜씨
읽다 보면 저자가 멋진 이야기꾼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허구나 과장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근거와 논리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미 보이저는 오래 전 프로젝트들이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느꼈을 어려움과 성취감을 전해 듣는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책에서 보는 사진들은 이미 저해상도이거나 상상도에 지나지 않고, 현재는 이론도 많이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행성에 연구용 비행체를 어떻게 착륙시킬지 고민하는 모습은 현재의 연구자들이 하고 있을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낯설게 보이던 연구자들의 고민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옛날 책?
옛날 책이라 그런지 부드럽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2018년의 1판 66쇄로 읽어서 그런지 글자체와 표현이 최근 출간된 책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미 저자는 세상을 떠나셨고, 원저서는 1980년에 출간되었습니다. 44광년 밖의 행성이 보내 온 빛처럼, 이 책의 내용은 지금의 천문학이나 천체물리학의 내용에 부합하려면 업데이트가 많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도 코스모스: 세상 직시하기
그래도 여전히 읽어야 할 책입니다. 과학 이야기 속에 숨은 세상 사는 이야기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천문학/천체물리학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은 일반 대중들에게 새롭기도 하지만, 어른답게 현실에 솔직하게 맞서야 한다는 가르침은 과학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과학하는 마음이 우리가 세상 만물을 직시하게 돕는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
“퀘이사 quasar는 준성 전파원(準星電波源)이라는 뜻의 ‘quasi-stellar radio source’의 머리글자들을 조합해 만든 단어이다. 퀘이사가 발견되고 얼마 후 준성 전파원들 모두가 반드시 강력한 전파원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준성 전파원은 준성체(準星體)라는 뜻의 quasi-stellar object’로 이름이 바뀌었다. 요즈음은 이것을 더 줄여서 ‘QSO’로 흔히 표기한다.” – 493쪽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세워질 당시에 살았던 테오스라스토스는 “미신은 신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비겁함”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에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똑바로 둘러볼 필요가 있다.” – 658쪽
“돌이켜 생각하면 철저하게 모순되는 선택이 이루어진 셈이다.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데 쓰이는 로켓과 똑같은 로켓 추진체가 핵탄두를 적국으로 날려 보내는 데에도 쓰인다.” – 6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