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과 안생 – 칭산, 손미경 옮김, 한겨레출판, 2018.
七月與安生 – 慶山.
섬세한 사랑의 감정, 아무리 뻔해도 그런 것이 우리 삶일지도 모릅니다.
저자의 단편소설집. 책 제목과 동명의 맨 첫 작품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칠월과 안생은 각각 등장인물 이름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서로 아끼는 친구지만 칠월은 안정된 삶을 지향하고, 안생은 고향을 떠나서 살고 싶어합니다. 칠월은 그 성향처럼 어릴 적부터 알아 온 남자친구 “가명”과 미래를 꿈꾸고, 안생은 조금씩 더 위태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이 세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사건과 관계성에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면이 있지만, 단편소설임을 감안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는 아닙니다.
그 외의 작품들은 사랑이야기이긴 한데, 진부하거나 과도하게 평면적인 인물에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단편 “칠월과 안생”만 읽었다면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을 것 같은데, 뒤의 다른 작품을 읽다 보니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더 읽고 싶은 생각이 덜 들었습니다. 나아가, “칠월과 안생”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더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2025년의 대한민국에서 어떤 작가가 이런 작품을 발표했다면 대찬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원작이 2001년에 발표되었다는 점도 감안하기로 합니다.
생각이 아무리 형이상학의 세계로 달려가더라도 우리 육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감정에 섬세하게 천착하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이 전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행동과 감정이 과연 셰익스피어 작품이나 고전의 등장인물들과 그다지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게 우리네 삶이고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식은 달라도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고 연극으로 만들고 영화로 찍고 있으니까요.
2025.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