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첫 여름, 완주 – 김금희, 무제, 2025.
소문난 잔치, 먹을 게 많지 않다
환상적인 라인업
라인업으로만 보면 이렇게 환상적인 책이 있을 수 있을까요?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 한 분인 김금희 작가가 쓰고, 연기력으로 유명한 박정민 배우가 출판사 대표로 기획한 작품입니다. 오디오북으로 먼저 출간되는 기획도 흔치 않은 데다가,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박정민 대표가 “유퀴즈” 같은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여러 유튜브 채널에도 종횡무진하면서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의: 이하 작품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의문스러운 설정: 힐링 시골 살기로 둔갑한 채무자 찾기
가장 몰입을 방해한 것은 의문스러운 설정입니다. 주인공 열매는 절친이자 돈을 갚지 않고 사라진 선배를 찾아 선배의 고향을 찾습니다. 선배의 집은 찾았지만 선배를 찾는 데에는 실패하면서 선배 어머니의 제안으로 자고 가려다 아예 거기 눌러 앉습니다. 그 이후 채무자 추적 여정이 일종의 힐링 시골 살기로 바뀝니다. 고민시, 염정아 등 실력있는 연기자들의 목소리 연기로 생기를 얻기는 했지만, 설정 자체에 설득되기는 어려웠습니다. 꿈 속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최양락 님)의 너무 잦은 출몰과 은퇴한 영화배우의 갑작스런 명언에 원래도 얇은 제 몰입이 더 깨뜨려졌습니다.
정속 주행: 오디오북이라는 매체의 한계?
4시간이 넘는 장편 소설 오디오북이라는 한계도 분명해 보입니다. 이 책을 전부 들으려면 최소 4.5 시간 가량 투입되어야 합니다. 게다가 소설이어서 그런지 대본으로서의 집약도도 제한이 있습니다. 결국 느슨하게 4.5 시간을 투입해야 완독할 수 있습니다. 책읽기로는 재미있는 부분에서 속도를 높여서 몰입감을 가질 수 있지만, 오디오북의 경우 속도 설정을 바꾸지 않는 한 재미있다고 더 빨리 듣기는 어려운 한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오디오북이 유일한 매체인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몰입감이 덜 중요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좋은 영화를 감상한 분들이 대본집을 구해서 읽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디오북 소설을 접한 분들이 책도 구매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저도 오디오북으로 읽은 이 소설의 책을 다시 구매해서 읽을 의향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해할 만한 인기
이 책의 인기가 이해는 갑니다. 박정민 대표가 밝힌 바에 의하면, 눈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같은 처지의 분들이 오디오북으로 책을 먼저 접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유명 소설가와 유명 배우들이 참여해서 더 화제성이 커졌을 겁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 권 읽는 편안한 마음으로 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기대가 컸던 독자 한 명에 불과할 뿐입니다.

[링크] 첫 여름, 완주 – 김금희 (교보문고)
첫 여름, 완주 | 김금희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링크] [책] 대온실 수리 보고서 – 김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