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직물을 잇고 조각을 수선합니다 – 박정원, 포르체, 2026.
소비 권하는 사회에서 옷을 나답게 바라보고 소비하기.
소비 권하는 사회에서 소외되는 수선
옷을 사도 추가 수선 비용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생산자의 사이즈에 내가 맞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수선 전문점은 눈에 띄게 줄었고, 오래 운영한 세탁소에서 일부 해주시기도 합니다. 옷에 몸을 맞추는 게 더 빠른 건 아닐까요? 체중을 줄여도 기장을 늘릴 수는 없으니 수선은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옷과 신발에 큰 관심이나 애착이 없지만,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을 먼저 고려하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선보다는 버리고 새 것을 사는 게 빠르고 편하게 느껴집니다. 어느새 수선은 소외되고, 소비 권하는 사회에 어렵지 않게 적응합니다. 결국 수선을 소외하며 소비에 적응했는데, 나 자신이 의류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아닐까요?
친환경이라는 자가 최면
특히 의류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이라는 구호가 잘 작동하는 모양입니다. 전기자동차가 친환경인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전기를 생산하는 데에 화석연료가 대규모로 사용되는 현실에는 무지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친환경이라는 구호는 편의에 맞게 사용되고 그 친환경 제품을 고르면서 현명한 소비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처리까지 과연 친환경일까요? 인간이 자연을 가장 덜 파괴하는 방법은 단식과 절식이라는 주장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유행의 급변 속에서 의류를 대량 생산하면서 친환경일 수 있는 방법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처럼 애초에 정답이 없는 문제였을지도 모릅니다.
조금 더 알고 제대로 선택하기
‘그린 워싱’이나, 비건 레더 등의 화제에 대해서는 무지했습니다. 패션이나 의류가 제 관심 분야가 아니었던 탓에 저자가 펼쳐 보이는 설명이 신세계에 가까웠습니다. 대안이 실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현재보다 발전이 있어야 합니다. 친환경도 그렇습니다. 친환경 구호에 휘둘리다 보면 행동을 하기 전보다 과연 나아졌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관성적으로 계속 같은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디테일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선택할 수 있어야 현명한 친환경 행동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재주가 없어 직접 수선에 나설 것 같지는 않지만, 몰랐던 부분에 대한 설명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책 속 문장들]
P. 23.
4천 원밖에 안 해요? 물으니 신발은 비싸도 사지만 수선은 비싸면 안 한단다. 요즘은 옷 수선집도 많이 없다. 고쳐 쓰기보다 새로 사는 데 익숙하다. 패션 유행 주기가 점점 짧아져 한 철 입고 장롱 어딘가에 쌓이다 보니 수선비를 들여 옷을 내 몸에 맞추기보다 만들어져 나오는 옷에 나를 맞추는 경향이 생겼다.
P. 41.
수선은 선택과 변형의 행위다. 어디를 어떻게 바꿀지 선택해야 하며, 이를 어떻게 변형할지 궁리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과 궁리를 실천하며 자연스러운지 부자연스러운지를 감지해야 한다.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은 스스로를 연구하면서 감각에 다가온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운지, 내 몸에 편안한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담겼는지, 이러하여 수선은 스스로를 드러내고 꾸미는 표현의 자유인 것이다.
P. 136.
시장의 속임수를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할 때, 불필요한 소비가 줄고 불편한 진실을 둘러싼 우리 주변의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너무 거대해 접근하기 어려웠던 환경이라는 그 무엇은 비로소 내 곁은 땅과 풀로 다가올 것이다.

[링크]
[링크][책] 직물을 잇고 조각을 수선합니다 – 박정원 (교보문고)
[링크][책]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 – 강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