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전승희 옮김, 민음사, 2025.
유명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이야기에서 읽히는 욕망 이야기.
그 유명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이야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이야기는 진부하게 들립니다. 그저 한 사람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의미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 많은 영화와 뮤지컬을 유심히 본 적이 없어서, 원전에 무슨 이야기가 적혀 있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번역본이 있지만, 이번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된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폭주기관차
고삐를 풀면 욕망이라는 이름의 폭주기관차가 출발합니다. 담배 한 갑만 피워 보고 끊겠다던 대학 신입생 후배는 골초가 되고도 끊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반가운 모임에서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고, 다이어트에는 치팅 데이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간단한 시술로 끝날 것 같은 외모 관리는 예뻐지고 싶은 욕망이 폭주하면 난이도 높은 성형 수술까지 결심하게 된다고들 합니다. 잠들고 싶어서 한 두개 볼까 싶었던 숏폼 영상은 해가 뜨거나 배터리가 끊기기 전까지 계속 이어서 보게 되기도 합니다. 욕망은 우리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욕망에 지배당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지위로 포장된 우리의 본성이 꼭 그 포장에 부합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사회적 지위에 맞게 욕망을 통제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으면, 우리 사회는 그저 문명 사회로 보기 좋게 포장한 정글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삭발과 “메테오라”는 욕망의 고삐가 아님을
공부에 몰입하겠다고 삭발을 한다고 학습 능력이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메테오라”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그리스 수도원이지만, 그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절박하게 수도 생활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기숙학원에 입소하는 것만으로 성적 향상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다이어트를 주위 사람에게 열심히 공표한다고 해서 체지방이 줄어들 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형식에 치우치게 되면 오히려 내실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그리스 수도원 메테오라]
욕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저자는 욕망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해 더 조명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한 사람의 이중성도 놀랍지만, 많은 것을 가진 지킬 박사가 자신이 갖지 못하거나 잃은 것들을 어떻게 욕망하는가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 작품이 여전히 읽히고 변주되는 매력은 현재까지도 우리의 욕망이 작동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어지기 위해 이해하기 힘든 일을 벌이는 사람에 대한 해외 뉴스가 들리고, 강력한 마약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미국의 어떤 도시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된 영상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과학 기술이 우리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고 있지만, 욕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이 작품의 시대보다 더 궁색해진 것은 아닐까요?

[링크] [책]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교보문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링크] [책] 소년이 온다 –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