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주말엔 산사 – 윤설희, 휴머니스트, 2025.
가까이에 있어 가치를 잊고 있었던 산사의 아름다움
이제 와서 절
이제 와서 절이 중요합니다. 우리 것이 새삼 소중합니다. 먹어도 허하다는 사찰음식이 새로운 비건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습는다. 세계적인 요리 학교 출신들도 줄줄이 탈락한다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에도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스님이 출연합니다. 어릴 적 다니던 학교가 사찰과 맞닿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찰에 가본 적은 없습니다. 경주 수학여행 때 복을 빌며 동전을 던지던 탑이 문화 유산이었던 것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비전문가가 하는 산사 이야기임을 넌지시 암시합니다. 디자이너라는 저자가 그린 그림은 사진이 흔한 요즘이라 그런지 더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비전문가 저자가 잘 지키는 적당한 선
이 책은 비전문가 저자의 미덕을 잘 드러냅니다. 비전문가임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고, 너무 많은 것을 알리려 시도하지 않습니다. 일곱 곳의 산사에서 자신이 느낀 매력을 가급적 그대로 전달하려고 애씁니다. 흑백 그림이라 스케치가 너무 어둡게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점은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은 책을 필사하듯 독자들에게 산사의 매력을 전달하려고 애쓴 터치가 오롯이 느껴집니다. 역사적인 의미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거리만큼 종교적 의미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심스럽게 산사에 다가서는 발걸음에 화답하는 산사와 그 풍경, 그 모든 것이 산사의 현재적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친숙한 시작과 끝
이 책은 선암사로 시작해서 봉은사로 끝납니다. 선암사는 꽤 오래 전에 방문한 기억이 납니다. 여행을 그리 즐기지 않는 성격인데 순천은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둘러 본 기억이 나면서 이 책의 시작이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억 속 선암사 승선교는 그래도 다리 밑 수량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저자의 스케치에는 물의 양이 훨씬 적고 돌이 더 드러나 보였습니다. 시간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흐릅니다. 봉은사는 차로 지나가면서도 들어가 볼 생각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유일한 템플스테이는 오히려 월정사에서 체험했으니까요. 사람도 관심도 다가온다고 해서 무조건 더 가까워지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낯선 고독의 시간을 함께할 좋은 동반자
산사는 고독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동반자가 됩니다. 집요하게 나를 찾는 업무상 연락이나, 붙들고 놓지 못하는 숏폼 동영상을 떨치고 나서야 할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눈치도 있고 센스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나 자신을 잃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 속이 복잡하고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일상과 삶의 무게에 휩쓸려 내려가는 것만 같을 때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을 겁니다. 조용한 (또는 관광객이나 등산객으로 시끄러운) 산길을 걸으며 소음은 사라집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보내는 신호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끔씩 찾았던 산사를 놓치고 산 시간이 길었습니다. 새해에는 산사 방문도 계획에 써 넣어야 겠습니다.

[링크] [책] 주말엔 산사 – 윤설희 (교보문고)
[링크] [책]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 지카우치 유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