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 최대환, 어크로스, 2026.
삶에 대한 긍정으로서의 죽음, 그리고 그 관점에 대한 시간 여행.
삶 속 깊이 들어 온 죽음
죽음만은 우리 삶에 깊이 들어 온 것만 같습니다. 아픈 분들은 병원에, 나이가 많은 분들은 요양원에 계시지만, 죽음 만큼은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만나게 될 지 알 수 없었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분들의 소식도 듣게 됩니다. 스위스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유명 학자가 자신이 정한 시간에 세상을 떠났다는 생경한 소식을 뒤늦게 접하게 되기도 합니다. 유독 죽음만은 우리 삶 속에 전보다 깊이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이 기획되었다는 코로나 때는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구성원이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고 있었습니다.
마감 시간이 있어야 올라가는 완성도
완성도는 마감 시간 직전에 가장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달리기에서 결승점까지 속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정상에 서기 쉽지 않습니다. 인간의 집중력도 소모품이며 기한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시작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이 있고, 마지막이 있기 때문에 현재가 중요합니다. 우리의 삶에 끝이 있기 때문에 오늘이 더 소중합니다. 삶의 끝자락이어서 죽음이 과대평가되기도 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 전래동화에서 죽음이 암시된 대목을 읽고, 우리 가족이 언젠가 헤어질 수 밖에 없음을 느껴 어린 마음에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아이처럼 우느라, 또는 두려워 하느라 현재를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죽음이 필연적인 만큼 현재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저자는 삶의 끝에 있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색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현실로서의 일상을 살아갈지에 대해 서양 철학의 지혜를 찾아 나섭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토마스 모어, 몽테뉴, 파스칼까지 여러 시대 다양한 사상가들의 철학을 넘나들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게 독자를 이끌고 갑니다.
서양 철학으로 향하는 징검다리
서양 철학 독서를 위한 징검다리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아주 능숙하게 여러 철학자들의 가르침과 저서를 설명하고, 연결하며, 비교합니다. 서양 철학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한 분이라면, 이 책에서 조금 더 와닿는 대목의 책을 골라 읽어 보는 것으로 서양 철학서 읽기를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죽음에서 삶으로
죽음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그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삶으로 향합니다. 좋은 삶 이외의 무엇으로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죽음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지점에서, 삶과 현재의 가치에 대한 직시가 시작됩니다. 이 책은 그 자체로 다양한 철학적 관점을 담아 내며 시작하고 있지만, 죽음을 너무 쉽게 다가가거나 너무 두려워 하는 우리를 서양 철학서의 지혜로 안내합니다. 소개된 철학서들 중에서 몇 권이라도 읽어 보고 다시 돌아와 재독하고 싶은 책입니다.
[책 속 문장들]
P. 188.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은 분명한 실재입니다. 그러나 그것 이 반드시 우울함이나 절망, 허무로 이어져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이를 ‘인간 조건에 정해진 질서와 운명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일로 받아들이고,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그 의미를 새겨볼 수 있고, 궁극의 희망을 향할 수 있습니다.
P. 281.
아, 알랑거리는 운명의 여신이여,
내 몰락을 모두 보상해주려는 듯이 보일 때
그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운 얼굴로,
그 언제보다도 유쾌하게 미소 짓기 시작한다.
내 여생 동안 그대는 나를 현혹하지 못하리라.
나는 하느님을 믿고, 오래지 않아
안전하고 변함없는 천국의 안식처에 들어가리라.
나는 그대의 정적 이후의 폭풍우를 기다린다.
(토마스 모어-윌리엄 로퍼, 《영원과 하루》, 이미애 옮김, 정원, 2012, 449쪽)
P. 308.
몽테뉴와 파스칼은 모두 죽음에 대한 사유는 자기 인식으로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통찰처럼 우리는 죽음을 살펴봄으로써 ‘생각하는 갈대’인 인간에게 자신의 유한함을 끌어안고 주어진 인생을 보람 있게 살며 영원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링크][책] 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 최대환 (교보문고)
[링크][책] 인생이 왜 짧은가 – 세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