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 신창호, 판미동, 2025.
유능하고 명석한 군주가 묻고 당대 최고의 석학이 답하는 정책의 모든 것
AI시대, 우리의 질문과 답변은 제대로 동작하는가
우리 시대에는 질문과 답변이 제대로 동작하고 있지 않은 것만 같습니다. 토론조차 승부로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질문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무엇을 질문하더라도 답변은 하고 싶은 말로 채웁니다. 정치인들은 이미 당론에 따라 입장이 정해져 있고, 그들의 입장에 따라 지지자들은 각자 고민도 없이 자신의 지지 정치인만을 추종합니다. 자신들의 주장이 논리에 맞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아도 창피하거나 입장을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과 입장을 같이 하는 든든한 무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학문의 영역에도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연구 실적을 논문 실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학문적 권위가 의심스러운 학술지에 게재하는 방향으로 우회하기도 합니다. 학문적인 가치를 의심받으면 아예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학교를 설립하고 학술지를 발간하면 됩니다. 임용 불이익을 우려해서 자신의 지도 교수와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가지기 힘들었던 불합리 정도는 이제 와서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일반 회사에서도 상명하복의 분위기를 문제삼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질문과 답변은 제대로 동작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직성: 질문과 답변이 필요없는 이유
우리 사회의 경직성이 질문과 답변을 없애버립니다. 열심히 질문해도 돌아올 답이 뻔하기 때문에 질문하지 않습니다. 정성껏 답변해도 상대방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안전하지만 식상한 답변의 영역 안에 머무릅니다. 토론을 해도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사람들만 있고, 합리성에 기대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내 입장은 명확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적절한 지적을 하더라도 변화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지적해도 상대방이 바뀔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열심히 지적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상대방이 조금만 우위에 있어도 그것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하려고 듭니다. 결국 피상적이고 오락을 목적으로 한 소통만 남고, 발전과 개선의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권한이 조금만 있어도 제멋대로 하고, 문제가 생기면 물러나면 됩니다. 결국 효율적인 길이 있어도 고집부리다 발생한 사고 수습만 하느라 멀리 돌아갑니다. 그래도 경직성 때문에 치르는 큰 비용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비효율이 누적됩니다.
정조와 정약용이 보여주는 높은 수준의 정책 문답
거의 모든 국정 사안에 대해 수준 높은 질문과 답변을 보여줍니다. 정조의 질문은 그 자체로 자신의 독서 수준을 드러냅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사소하게라도 언급한 내용을 종횡무진하면서 실제 사안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지혜를 구합니다. 이런 질문을 하려면 언급된 책들에 대해 구조적으로 자세하게 읽었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다산 정약용의 답변 또한 당대 석학답습니다. 꽤 명쾌하게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아는 바와 모르는 것을 구분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미리 오랜 기간 준비한 듯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서 답변합니다. 인재 등용, 군사, 조세 정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내공을 명쾌하게 드러냅니다. 이 모든 것은 더 좋은 정책을 시행한다는 두 사람의 목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선시대보다 더 복잡한 우리 시대에 이런 높은 수준의 정책 문답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더 애석하게 느껴집니다.
현재의 우리가 해야 할 질문과 답변
경직성을 버리고, 작은 것부터라도 서로 진지하게 질문과 답변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AI와 묻고 답하면서 결국 우리가 경직성을 유지한다면, AI와 아무리 많은 질문과 답변을 하더라도 AI만 똑똑해지고 자신은 똑같이 그저 늙어가게 될 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우리 사회 어디에선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절박함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BTS, 봉준호 감독, K-드라마의 성공이 단발성으로 그치면서, 우리 사회가 그들이 만들어 내는 활력과 성공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일이라서 남일이 아니고, 우리가 살아낼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이라서 나의 일, 우리의 일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 합리적인 질문과 답변을 해야합니다.

[링크] [책]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 신창호 (교보문고)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 신창호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링크] [책] 설득의 심리학1 – 로버트 치알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