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자기 결정 – 페터 비에리, 문항심 옮김, 은행나무, 2015.
Wie Wollen Wir Leben? – Peter Bieri.
끌고 가거나, 끌려 가거나.
당연하지만 단단한 이야기
당연한 이야기를 따분하게 여기는 세상입니다. 책보다 동영상인데, 롱폼보다는 숏폼입니다. 짧은 시간에 쾌감을 주는 이야기, 도파민 팡팡 터지는 스토리가 더 매력 있습니다. 이 책은 첫 장부터 당연한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고개를 주억거리다 보면 책이 끝나 있습니다. 하지만 반박할 거리도 마땅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논리 정연한 이야기들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어 하나, 조사 하나도 빈틈없이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철학 교수라는 저자의 커리어를 고려해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느새 희미해진 나의 인식과 결정
일상에서 나의 결정은 이미 희미해진 것만 같습니다. 간밤에 숏폼 영상 보다가 잠들었다가, 출근 시간에 맞춰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납니다. 정해진 출근 시간 직전에 가까스로 출근을 하면 운이 좋은 날입니다. 상사가 지시한 일과 타 부서 협조 건에 시달리다 보면 퇴근 시간이 지나 있습니다. 늦은 저녁 식사는 운이 좋으면 집 근처 식당, 아니면 두 세 가지 배달 음식 중에 골라야 합니다. 씻고 잠자리에 들어 숏폼 영상을 보며 잠듭니다. 이런 일상에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결정했을까요? 일상이 나를 끌고 밀며 하루를 지내는 건 아닐까요? 저자는 스스로를 알아 보는 노력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시간적인 선후관계를 부여하고, 글로 써 보면서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고, 객관화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제한된 경험은 문학을 통해서 감정적으로 풍부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의 일상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수동의 끝판왕 선택으로 내몰리다
저도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보다 먼저 해 왔습니다. 어쩌면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의 무언가를 도모하는 데에 너무 몰두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데, 선택조차 아웃소싱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소한 것부터 결정을 회피하다 보면, 큰 결정 앞에서 선택하는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없을 것입니다. 작은 것부터 주도적으로 선택에 나서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 어디에 권위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지식과 경험을 통한 판단력에서 시작합니다. 선택이 도박이 아닌 나 자신을 나 답게 만드는 지향이 되려면 작은 것부터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인식을 일깨워 줍니다.

[링크] [책] 자기 결정 – 페터 비에리 (교보문고)
[링크] [책] 이것이 새입니까? – 아르노 네바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