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유닉스의 탄생 – 브라이언 커니핸, 하성창 옮김, 한빛미디어, 2020.
UNIX: a History and a Memoir – Brian W. Kernighan.
실제로 디지털 세계를 움직이는 유닉스를 개발한 사람들에 대한 회상.
유닉스로 움직이는 세상
모든 것에는 뿌리가 있습니다.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는 안드로이드, 맥OS, 리눅스, C 언어 모두에게 시작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유닉스라고 합니다. 저자가 유닉스의 탄생을 지켜 보기도 하고 기여한 인물로서 연구자들에 대한 기억과 연구 분위기에 대해 회고합니다. 이 분야에 전혀 문외한이라 저자에 대해 아는 바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벨 연구소, 저자, 그리고 그 동료들에 대해 잘 몰랐을 것 같습니다. 연구소 동료를 돕는 인턴으로 들어왔다는 인물의 이름을 보고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P. 178.
마이크가 Lex의 첫 번째 버전을 작성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976년 여름 프린스턴 대학교를 막 졸업한 인턴이 Lex를 수정했다. 마이크는 다음처럼 회상한다.
“Lex의 첫 번째 버전을 만든 직후, 여름 인턴으로 들어온 에릭 슈미트가 재작성했습니다. (후략)”
네, 그 인턴이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입니다.
이상적인 연구 환경
저자가 그리는 벨 연구소의 환경은 재현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입니다. 독립적이고, 다른 연구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서로가 거둔 성공적인 결과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분위기로 그려집니다. AT&T라는 거대한 독점기업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수준급 연구 인력에게 수준급 지원이 더해져 혁신이 일어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명의 상사에게 인사권이 전적으로 부여된 것이 아닌 부분도 특이합니다. 자신의 직속 상사를 위해서 일하는 것보다 다른 연구자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연구소 경영진에게 눈도장을 찍기 좋았다는 언급도 비현실적으로 좋은 환경으로 보입니다. 이런 연구 환경을 재현할 연구소나 기업이 있을까요?
일상에서 일어나는 혁신
2019년이 유닉스가 태어난지 50주년이라고 합니다. OS나 C 언어 자체에 문외한이라 그 영향력을 체감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50년 전부터 어떻게 컴퓨터를 작동시킬 것인가, 어떻게 개발하고 기여할 것인지 연구에 매진한 덕분에 현재의 우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두고 감추기보다 드러낸 연구자들의 선택이 인류 전체가 발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겁니다. 저자 덕분에 어렴풋이 창조적인 협업의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부러움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벨 연구소는 유닉스의 탄생 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연구소 구현으로 연구 생태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아닐까요?

[링크] 유닉스의 탄생 – 브라이언 커니핸
유닉스의 탄생 | 브라이언 커니핸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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