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위기의 역사 – 오건영, 페이지2북스, 2023.
“오건영”이라는 분이 출연한 매체나 영상을 보신 적 있나요? 이른바 “미 연준 해설 일타 강사”라는 별명도 가진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이 쓴 책입니다. 우리 시대의 금융 위기에 대한 책입니다. 유튜브나 방송에서 저자가 해 주는 설명처럼 책도 친절하고 쉽게 금융 위기 역사를 전반적으로 둘러 봅니다.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위기
우리의 일상생활과 금융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나요? 금융 자체는 우리의 일상과 별 관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일단 닥치게 되면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여전히 기성세대는 환율이 출렁이면 IMF를 반사적으로 떠올립니다. “혹시 이러다 IMF 위기처럼 되는 것 아닐까” 싶은 일종의 노이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식으로 두려움 덜어내기
우리는 정확이 알면 덜 두려워하게 됩니다. 저자는 IMF, 닷컴버블, 금융위기와 인플레이션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설명합니다. 뭉뚱그려 편하게 부르고 있지만 개별 사안 하나하나가 매우 복잡해서 전체적인 조망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노련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당시 경제 기사의 내용과 그래프, 삽화 등을 동원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저자의 주장처럼, 우리가 경제 위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면, 근거가 약한 경제 위기설 등의 이야기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위기는 늘 다른 얼굴로 우리를 찾아 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 위기 때의 우리나라 은행들과 최근의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은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장기자금과 단기자금의 미스매칭이라는 점입니다. 우선 IMF 위기 때 우리나라 은행들은 (특히 외국에서) 단기자금을 조달해서 장기로 빌려주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일시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이 운용되었지만, 금융위기가 오면서 단기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반면, 회사들이 어려워지면서 장기로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는 데에 실패하는 결과를 맞았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다른 형태의 장단기 미스매치가 일어납니다. 실리콘밸리의 풍부한 자금을 미국 국채에 투자해 두었다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예금주들이 일시에 자금을 인출하는 이른바 “뱅크런”이 일어났기 때문에 파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단기 자금을 받은 은행이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를 했고, 장기금리가 인상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명한 관리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상황이 변하면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장단기 자금의 미스매치가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되살아난 악령
지금 우리는 다시 인플레이션의 위기에 직면합니다. 80년대 미 연준 의장 폴 볼커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했습니다. 길고 강력한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진화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꽤 오랜 세월 후에 다시 인플레이션이라는 악령이 살아 돌아온 셈입니다.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쉽지 않은 일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제압한 세대로 기억되고 기록될 수 있을까요?
금융위기, 금융위기의 역사에 대한 생각
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여러가지 지표가 그렇지 않다고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모습을 달리 해서 나타날지 알 수는 없습니다. 금융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되 과도한 두려움으로 동요하여 경거망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금융위기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과도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023.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