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십각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양억관 옮김, 한스미디어, 2005.
독자에게 도전하는 본격 추리소설 “관 시리즈”의 시작.
신 본격 추리소설
독자에게 단서를 제공하고 저자와의 대결 구도로 이끄는 소설이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일본 추리소설 중에서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한 작품은 시선을 끌게 되는데, 그 에도가와 란포가 본격 추리소설 1세대라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신 본격” 추리소설의 시작을 연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주로 접하게 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는 본격 추리소설로 보이는 작품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작품 중에서 “관 시리즈”를 포함한 꽤 많은 작품들이 본격 추리소설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점: 꼼꼼한 설계와 전개
본격 추리소설답게 설계와 전개에 짜임새가 있습니다. “십각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낯설고 일면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10각형으로 된 공간 자체가 평생 접하기 쉬운 형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장소에 대해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이끌어 갑니다.
단점: 평면적인 인물 묘사
많은 인물들을 담다 보니 인물 표현이 밋밋해졌습니다.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을 생각하면, 등장인물이 너무 많습니다. 여행가는 사람들, 예전 사건에 등장하는 사람들, 육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포함하면 20명 이상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주요 등장 인물만 해도 10명 정도입니다. 각각 개별 인물에 대해 설득력 있는 캐릭터 부여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본격 추리소설”로 쓰다 보니 캐릭터의 입체성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독자 대 저자 추리 대결의 즐거움
추리소설에서 중요한 미덕이 독자와 저자의 대결 구도입니다. 추리소설의 주인공과 동일한 단서를 두고 독자가 추리에 참여하는 것이 추리소설 읽기의 근본적인 즐거움입니다. 저자 입장에서는 이런 부담스러운 대결 구도를 회피할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독자와 정면승부를 택했고, 저에게는 논리와 추리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책 속 문장들
P. 9.
고요한 밤바다.
단조로운 파도 소리만이 끝없이 깊은 어둠 속에서 솟구쳤다가 사라져 간다.
P. 344.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노을 진 바다처럼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아이의 손에 그것을 쥐어 주었다.
“저기 있는 아저씨에게 이것 좀 전해 줄래?”

링크 모음
[링크] 십각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교보문고)
[예전 글 링크] [책] 매스커레이드 게임 – 히가시노 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