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먼저 온 미래 – 장강명, 동아시아, 2025.
알파고 이후 바둑계를 통해 살펴 보는 우리의 미래.
꽤 훌륭한 빌드업과 아쉬운 마무리
8장 까지는 멋지고, 9장과 10장은 아쉽습니다. 2016년 이세돌-알파고 대국 이후 바둑계를 살펴보면서 우리 미래를 그려 보는 저자의 기획 의도는 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9장과 10장에 등장하는 문제의식은 거칠고 날카롭지 못합니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별 대책없이) 비판한다거나, 가치가 이끄는 변화를 선호한다는 것을 밝히는 것 중에는 합리적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기차가 있지만 자전거를 타는 공동체를 꿈꾸는 것은 “기술”과 바둑을 두던 “가치”가 “기술”에게 몇 수 물러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기술 발전이 빠르고 그에 대한 가치 판단이 늦다면 가치 판단을 더 빠르고 활발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기술 개발을 시작할 단계는 얼마나 가치에 대한 토론이 완성된 이후여야 할까요?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지 않을까요?
이세돌-알파고 대국 이후 10년, 그리고 바둑계
저자는 바둑계 취재를 통해서 알파고 이후의 바둑계를 살펴 봅니다. 놀랄 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둑에 관심이 있어서 성인 대상 강의를 수강하기도 하고, 바둑계 소식도 가끔 들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내용들이 제게는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 기사 분들이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대국 후 인터뷰 이외에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10년간 바둑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이 1인자 지위를 확고하게 굳혔고, 이세돌 9단은 프로기사 은퇴 후 보드게임 제작자로 나섰습니다.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운용은 개인이나 공동 연구에서나 필수가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비약과 무딘 비판
하지만 우리 삶은 바둑이 아닙니다. 예술도, 우리의 일상도 바둑은 아닙니다. 따라서, 저자의 시도에는 어쩔 수 없이 비약이 개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기사 입단대회에서는 인공지능 사용 시도가 적발된 바 있지만, 모든 시도가 적발된 것일까요? 현재 유행하는 음악 중에서 인공지능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방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바둑계는 마인드 스포츠로 자리매김해서 스포츠 지원 정책 수혜를 원했지만, 오히려 지원금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대 기업 비판과 기술 발전의 속도 관련 비판은 무뎌 보입니다. 일부 프로 기사분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이세돌-알파고 대국 관련해서 구글의 바둑계 기여가 너무 적다”라는 아쉬움을 너무 그대로 받은 것 아닐까요? 대국 이후 바둑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각 방송사에서 앞다투어 프로기사 해설자와 캐스터를 방송 중계에 섭외했습니다. 대국 이후에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바둑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실제 수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바둑을 콘텐츠로 한 인플루언서가 극소수였지만, 지금은 프로 기사분들 중에 개인방송을 하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미 바둑계는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비판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아쉬운 마무리와 김새섬 대표를 위한 기도
좋은 기획과 아쉬운 마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작가님의 부인이자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의 김새섬 대표의 투병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9장과 10장은 병원에서 집필한 것으로 책에서도 밝히고 있습니다. 김새섬 대표님의 쾌유를 진심을 기원합니다.

[링크] 먼저 온 미래 – 장강명, 동아시아, 2025 (교보문고)
[링크] [책]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