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매스커레이드 게임

[책] 매스커레이드 게임 –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23.

닛타 경감이 활약하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의 네 번째 편. 이 작품에서는 호텔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그리고 시간적인 한계가 맞물려 긴장감을 높인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속도감이 이러한 긴장감과 잘 맞물려 흥미로운 장편을 하나 더 만들었다.

호텔이라는 공간과 익명성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익명성 속에서 살아간다. 게다가 호텔이라는 공간이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다 보니 수사라는 공권력 행사와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곳이다. 심지어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의 독자라면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와 닛타 경감은 낯익다.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하는 호텔의 입장, 반면에 범죄 발생이 예상되어 이를 차단하려는 경찰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 사이에서 닛타 경감과 동료들은 줄타기하듯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못머리만 보인다

한 번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이 중의 누군가가 범인이다 싶으면 호텔의 모든 사람들이 의심스럽게 된다. 심지어 등장인물들에게는 형사 피해자 유족이라는 동기도 있다.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전부 의심스럽다. 처음 세웠던 가설은 특별한 경계심없이 범죄계획이라는 확신으로 변한다. 실행력을 요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마음에 의심이 자꾸 머리를 내밀면 과감한 판단에 따른 행동이 어렵게 된다. 그래서 과감한 행동이 위험하면서도 찬사를 받는다. 아즈사 경감의 캐릭터가 이런 범위에 들어가는 것 같다. 반면, 아무리 유능해도 과감한 행동의 결과가 치명적인 실수라면 조직 전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시리즈물 후속편의 장점

시리즈물의 미덕은 인물이나 배경이 이미 친숙하다는 데에 있다. 닛타 경감이나 호텔 코르테시아도쿄는 앞선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세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친숙하다. 이미 캐릭터에 대한 대략적인 파악도 되어 있고, 친숙한 인물이어서 감정이입과 몰입이 쉽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친숙한 배경과 인물의 등장, 그리고 사건만 덧붙여진 이야기. 받아들이기가 훨씬 쉽다.

시리즈물 후속편의 한계

다만, 시리즈 후속작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것은 친숙도는 높아진 반면 앞선 작품들보다 개연성이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어서, 앞선 작품들보다 구성이 더 탄탄하다거나 더 흥미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강하게 쏜 화살도 결국 비단도 뚫지 못한다”고 한다. 아직은 재미있지만, 시리즈가 계속되어도 재미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시리즈를 이미 읽으신 분들에게 추천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아직 접한 적 없는 분이라면 정작 읽고 나서 재미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2023.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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