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버보이 – 팀 보울러, 정해영 옮김, 다산북스, 2007.
River Boy – Tim Bowler.
자연, 가족애,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환상 동화.
향수: 잃거나 잊은 것들에 대한 그리움
우리는 사라지고 없거나 잊혀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쉽게 느낍니다. 뒷동산과 개울이 없는 환경에서 살면서부터 뒷동산을 오르거나 개울을 오래 헤엄치며 놀 수 있는 체력도 사라진 것만 같습니다. 가족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 사라지면서부터 “가족같은 회사”라는 말로 신입사원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삶의 마지막을 눈앞에 두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여유도 쉽지 않습니다. 그저 입시, 취업 등 미션을 수행하기 바빴으니까요.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해 쓴 소설이지만, 우리 모두가 잃어버리거나 잊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잊혀진 자연
자연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가장 흔하게는 한강뷰 서울 아파트의 집값으로 환산되고 맙니다. 한강뷰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계없이, 부동산 가격으로 책정되고 그것을 원하며 부러워합니다. 한강뷰 아파트를 둘러보며 집주인에게 이야기를 듣는 모임에 돈을 지불하고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것에 가격을 매겨 제공하는 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충분한 것이 아닐까요? 막상 자연에 접하면 어려운 일이 많습니다. 아파트 거주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주택에 딸린 작은 정원에조차 매주 다가오는 잔디깎기도 고통일 수 있으니까요. 강가의 목조주택은 습기에 상하기 쉽고, 해변의 아파트는 바닷바람으로 빨리 낡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 뷰, 바다 뷰를 비싸게 사고 판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공통적으로 주는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가족의 사랑
제스와 할아버지는 세월을 뛰어 넘는 공감과 소통을 보여줍니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돌보며 감정을 나눕니다. 우리 일상과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학생들은 입시와 취업에, 직장인들은 업무에 쫓겨 가족에 할애할 시간이 모자란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할아버지-부모님-제스의 여행이 판타지에 가까운 것처럼 보입니다. 2025년 한국의 손녀가 할아버지 고향 방문을 위해 학사 일정을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요? 부모님은 휴가를 맞출 수 있었을까요? 가족 간에 보낼 시간도 없이 쫓기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쫓기는 걸까요? 만나면 서로 너무 달라서 불편해지는 시간이 더 길지는 않을까요? 어차피 가족과 앞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은데, 너무 쓸데없는 일로 그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그림과 삶의 의미
제스의 할아버지는 삶의 마지막과 그림의 완성을 바꿉니다. 할아버지에게 그림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여행 자체의 목적이 그림의 완성이었던 것은 아닐까요? 태어나고 자란 곳의 그림을 완성하고 싶은 의지를 할아버지에게 남은 시간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자신의 남은 삶에 부여한 의미는 다른 사람의 평가를 벗어납니다. 누가 무엇이라고 하건 간에 자신의 삶을 부어서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채색했으니까요. 어쩌면 저도 상황과 환경을 탓하며 떠밀리듯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얼마만큼의 의지로 채색되고 있나요?
그저 예쁜 청소년 소설로 읽기에는 아깝습니다. 잊고 지내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문장들]
P. 13.
그날 그녀는 리버보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P. 203.
그러나 생명의 빛은 점점 수그러들고 있으면서도 꺼질 듯 꺼질 듯 어떻게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제스는 그 속에서 자신이 믿고 있는, 할아버지 얼굴에서 유일하게 강렬했던 두 눈의 광채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P. 215.
그녀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그냥 행복해주세요. 할아버지.”
그것이 제스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P. 248.
하지만 그녀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안전했다. 그것에는 어떤 악한 기운도 없었다. 그저 꿈결같은 마법만 있을 뿐이었다. 리버보이는 유령이 아니라 요정이었다.
P. 279.
얼굴을 간질이는 산들바람을 느끼며, 물속을 따라 떠내려가면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리버보이의 얼굴과 마주했다.

[링크] 리버보이 – 팀 보울러 (교보문고)
리버보이 | 팀 보울러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링크] [책] 그녀를 지키다 – 장바티스트 앙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