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민음사, 2008.
EBS 위대한 수업과 함께 조금 더 풍성하게 읽기.
강의 덕에 거리감 줄이기
유명한 소설이라 다시 읽지 않게 될 줄 알았습니다. 마침 EBS “위대한 수업”에 셰익스피어 전문가의 강의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큰 고민없이 다시 읽었습니다. 대중강의라 큰 기대가 없었는데, 깊이가 있되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잘 짜여진 강의였습니다. 놓치고 있던 디테일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그 생각 덕분에 처음 읽을 때보다 풍성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전부 셰익스피어의 것이라는 착각
“셰익스피어가 줄리엣의 나이를 더 어리게 설정했다.” 처음에 강의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대목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작권의 개념이 정립된 것이 얼마 되지 않고, 구전되는 많은 이야기들을 가장 재미있게 정리한 사람이 저자가 되었던 시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구전되던 이야기 중에서 셰익스피어에 의해 정리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줄리엣의 나이를 구전되던 이야기보다 적게 설정했다고 합니다. 이 설정으로 인해서 줄리엣이 순수 또는 순진한 성격과 작품 속에서 세상사에 조금은 어두운 것 같은 면이 더 잘 설명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듣고 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이나 웹툰을 접한 셈입니다. 그래도 줄리엣의 나이는 구전되던 버전보다 더 설득력 있는 버전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로미오의 사랑이 지고지순하다는 착각
비중이 적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너무 중요하게 다루다 보니, 그저 그들의 사랑이 지고지순하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거의 맨 처음에 로미오가 로잘린에게 마음을 빼앗겨 고백하려고 안절부절합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대명사지만, 로미오는 그저 이성에 미쳐있거나 급하게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는 아니었을까요? 두 주인공이 죽음을 무릅썼기 때문에 지고지순하다고 미화된 것은 아닐까요? 초단기 사랑에 두 사람이 목숨을 거는 것이 전보다 더 치기어린 행동으로 느껴지는 것은 제가 이전 독서 때보다 나이를 먹은 탓일까요?
머큐쇼와 로렌스 신부에 가는 눈길
작품의 조연급인 머큐쇼와 로렌스 신부에게도 눈길이 갑니다. 로미오의 친구로 술집에서 상대 가문과의 시비 끝에 죽음을 맞게 되는 머큐쇼는 두 가문 모두를 저주하며 숨집니다. 살아 있을 때나 친분이 의미가 있을 뿐, 죽음을 앞두고는 자신을 죽음으로 이끌고 간 두 가문의 대립에 모두 저주를 퍼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로렌스 신부의 행동은 청년들과의 소통이었을까요, 아니면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몬 어리석은 책략가였을까요? 결과론적이기도 하지만, 저는 후자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잘 모르면서 잘못된 내용을 자신있게 이야기한 상황이 떠오르면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주위의 신망이 두터울수록 그 사람이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성공, 취업, 사랑 등에 대해서 겪는 만큼도 다 알지 못하면서 주위에 설익은 조언을 건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링크][책]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교보문고)
[링크][책]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