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레볼루셔너리 로드 – 리처드 예이츠, 이삼출 옮김, 민음사, 2025.
그래서 그 모든 것은 한바탕의 꿈.
평범함이라는 환상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이웃 부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한 현학적인 말로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회사는 변화가 없고 따분하지만,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도 적당히 지낼만 합니다. 일상은 풍족하고 특별히 모자랄 것이 없지만,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듯한 일상은 불안해 보입니다.
일상 속 위선의 폭발
일상은 만만치 않고, 현실은 모두의 가면을 벗겨냅니다. 에이프릴은 연기력이 없으면서 있는 것으로 생각하다가 연극 무대에서 창피를 당합니다. 프랭크는 파리로 이주하자는 에이프릴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다가 회사에서 좋은 제안을 받았다는 것을 핑계로 눌러 앉으려고 합니다. 에이프릴은 프랭크에게 파리로 이사 가서 자신이 일을 해서 프랭크가 못 다 펼친 꿈을 펼치게 해 주겠다고 우기지만, 자신이 딱히 프랭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망한 연극을 보면서도 좋다는 말만 반복하던 기빙스 부인은 자신의 아들 존이 정신병원에서 외부 나들이를 할 때 만날 제3자로 프랭크와 에이프릴이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존은 프랭크 부부만 만나고 싶어하고 기빙스 부인은 다가오지 못하게 합니다. 존은 도움을 받는 처지인데 프랭크와 에이프릴에게 그들의 선택에 대해 평가합니다. 기빙스씨는 보청기 스위치를 끄고도 기빙스 부인의 말에 동의하는 듯 맞장구를 칩니다. 각자 자신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서 자기 생각만 주장하다가, 사건 사고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직면하게 됩니다. 깨달은 자신의 마음은 진정 자신의 마음일까요? 일상 속에서 각자의 위선이 만나 폭발이 일어납니다.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는 완벽한 마무리
끝맺음도 마음에 듭니다. 아무리 큰 사건을 겪어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큰 사건이 있었던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집은 주인이 바뀌고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이 이어집니다. 프랭크도 회사 일에 더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기빙스씨는 똑같이 기빙스 부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보청기를 끕니다. 나를 지배하고 있는 위선은 무엇일까요?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알게 되지만, 그 시점에는 자신이 어떤 헛된 꿈에 사로잡혀 있는지, 어떤 것이 진짜 나인지를 알지 못하기가 쉽습니다. 가까스로 얻은 평범함은 허상에 가깝고, 그 속의 위선으로 인해 큰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사람들은 결국 어느 정도의 위선을 뒤집어 쓰고 살아갑니다. 그래야 그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저 사건 모면용 위선을 한 겹 덮어 입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 문장들]
P. 464.
셉은 두 사람과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그녀가 죽는 것은 아니라고 자신을 설득하고 있었다. 사람은 이런 식으로 죽는 게 아니다. 오후가 한창인 대낮에 이처럼 인적 없는 복도의 끝에서 죽는 건 아니다. 그녀가 죽어 가는 거라면, 어떻게 저 청소부는 리놀륨 바닥에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걸레를 밀고 있겠으며, 더구나 노래까지 흥얼거리겠는가. 얼마 떨어지지 않는 병실 안에서 저렇게 커다랗게 라디오 소리가 울려 나오지 도 않을 것이다.

[링크][책] 레볼루셔너리 로드 – 리처드 예이츠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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