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대온실 수리 보고서 – 김금희, 창비, 2024.
결국 삶은 우리가 갖고 태어난 균열을 수리하는 여정.
우리 안의 균열
균열은 자신 안에 있습니다. 이를 악물고 모른 척해도 언젠가는 터져 나갑니다. 평생 우리가 불안한 것은 우리 삶에 균열이 있거나, 삶을 바라보는 마음에 균열이 있거나, 혹은 둘 다가 아닐까요? 불완전한 인간이 쌓아 올린 이론과 신기술은, 우리가 가진 균열을 인정하고 정석으로 수리하지 않으면 곧 무너져 내릴 겁니다.
역사에 대한 이해, 과거의 나 자신과의 화해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결국 주인공이 해내는 과거와의 화해로 읽힙니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쓰면서 배양실이 끝내 마음에 걸립니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라는 업무를 제대로 하려면 묻혀 있는 배양실을 살펴 봐야 합니다. 주인공 영두가 낙원하숙과 리사, 그리고 할머니와의 일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돌아 보는 것은, 결국 과거의 자신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의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저 피하고 묻어둔 감정과 기억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의 나 자신이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간과 노력입니다. 그래서 영두에게 업무적으로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 개인적으로는 자아 수리 보고서로 읽힙니다.
나를 이해하는 데에 드는 시간과 노력
우리의 일상은 다른 사람들의 시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상사의 요구, 직장 동료의 요청, 가족과의 약속, 친구들과의 계획으로 꽉 차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입해도 회사 일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많은 것들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립니다. 5년 전, 아니 그 전부터 하려던 옷장 정리는 이직 기간에도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나와의 대화는 어떨까요? 일이 급한데 나 자신과의 대화 시도 자체가 사치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시간과 노력이 없으면, 나와의 대화는 조금도 진전되지 않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요청으로 나 자신을 꺼내려 해도,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을 꺼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조금씩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오늘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나 자신과 그 안의 균열에 대한 이해를 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책 속 문장들]
P. 179.
아이 때는 다리가 있으나 없으나 갈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어른이라는 벽이 둘러싸고 있으니까. 우리 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삶의 풍랑이 자신의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자기를 둘러싼 어른들이 세파에 휩쓸려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마구 달려서 자기 마음에서 눈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아닐까.
P. 300.
하지만 보육원 책자에 몇줄로 남은 할머니의 회상은 이렇게 다른 증언들로 사실의 두께를 얻어갔다. 수리를 통해 보강되어가는 대온실처럼. 기억은 시간과 공간으로 완성하는 하나의 건축물이나 마찬가지였다.

[링크] 대온실 수리 보고서 – 김금희 (교보문고)
대온실 수리 보고서 | 김금희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링크][책] 급류 – 정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