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복복서가, 2025.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
이야기 하거나 담아 두거나
세상에 단 한 번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단 공개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아이돌 그룹 멤버가 개인 방송에서 개인 연락처를 실수로 공개하고 나면 번호 변경 외에 쓸 만한 대안은 없습니다. 가까운 이에게 말 실수를 하고 나면 실수를 한 쪽에서 대응책은 제한적입니다. 남는 것은 상대방의 처결(?)을 기다리는 일입니다. 이 책도 단 한 번 꺼낼 이야기들을 많이 머금고 있습니다. 유명 작가로서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글을 써야만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밀한 이야기가 가능했던 것은 이 글이 “영하의 날씨”라는 메일링 서비스로 제공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할 뿐입니다.
솔직함의 힘
솔직한 글에는 힘이 실립니다. 저자가 누구보다 그 힘을 알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굳이 한 달 남은 학군단을 때려치운 일, 전공과 달리 작가가 된 선택, 작가 어머니의 결혼 전 직업을 생전에 알려주지 않은 일 등이 실려 있습니다. 그 모든 것에는 큰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개인사를 작가 특유의 간명한 문체로 써내려 갑니다. 무뚝뚝한 친구가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는 듯한 느낌입니다. “내가 얘랑 원래 이만큼 친했나?” 하지만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다른 데서 떠들기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솔직함에는 힘이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기쁨
처음 접한 작가의 작품은 “퀴즈쇼” 였습니다. 강력 추천한 분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책을 꺼내 들었고, 처음에는 심드렁하다가 뒤로 가면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이제는 추천이 없어도 김영하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찾아서 읽어보게 됩니다. 작가의 열렬한 팬도 아니고, 작품 전체를 파고 든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대를 살면서 작가의 글을 읽고 공감도, 비판도 하면서 지낼 수 있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작가가 저라면 나누기 힘들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아서 더 그렇게 느끼게 됩니다.
[책 속 문장들]
P. 102
어린 시절의 일기에는 ‘나’에 대한 말들로 가득했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일까를 알기 위해 애썼던 십대의 내가 거기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나라는 존재가 저지른 일, 풍기는 냄새, 보이는 모습은 타인을 통해서만 비로소 제대로 알수 있었다. 천 개의 강에 비치는 천 개의 달처럼, 나라고 하는 것은 수많은 타인의 마음에 비친 감각들의 총합이었고,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은 말 그대로 믿음에 불과했다.

[링크]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교보문고)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링크] [책] 가능한 불가능 – 신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