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너무 늦은 시간 – 클레어 키건, 허진 옮김, 다산책방, 2025.
흔한, 그렇게 흔한 남탓과 불안과 소외.
무덤덤하면서 묵직한 이야기
클레어 키건을 읽으면 혁오의 노래가 떠오릅니다. 화려하거나 복잡한 표현은 없으면서도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특별한 이야기나 억지 스토리도 없으면서 다 읽고 나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100 페이지 책이 양장본인 것에 머릿속에 무수히 찍히는 물음표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불만은 생기지 않습니다.
불안: 확신이 소멸하는 시대
“불안”이 단편 세 편을 관통합니다. 각각의 작품에 남녀가 등장하지만,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안하며 확신이 없습니다. 확신이 없으면서 과감한 행보를 했다가는 뭔가 큰일이 날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불안은 현실이 됩니다. 이쯤 되면 느꼈던 불안이 위험으로부터 온 합리적인 경고음이었던 것만 같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 섣불리 확신을 가지는 일은 어리석어 보입니다. 예전에는 별 경계심 없이 주위 사람들과 잘 지냈던 것만 같은데, 함부로 주위 사람에게 신뢰와 확신을 갖는 일은 모험이나 도박으로 느껴집니다. 과학기술로 많은 사람들과 전화나 메신저, SNS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안심번호를 사용하고, 메신저와 SNS에는 상대 모르게 차단하는 기능이 생깁니다. 편지와 전보로 소식을 전하던 시절에도 그랬을까요? 상대방에 대한 불안의 강도가 올라간 것만 같습니다.
혼자 남겨진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
결국 혼자입니다. 더 많은 소통을 바라지만 우리는 결국 각자의 휴대폰과 노트북 앞에 소외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결국 각자의 공간에 소외되고야 만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자신에 대해 집중하다 보니 자아만 더 비대해져 갑니다. 일상 생활에 번아웃이 될 때까지 열중하다가 자신의 공간에 쌓여가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접하게 됩니다. 외부 활동에 모든 것을 쏟아내다 보니, 쓰레기 정리조차 할 시간과 노력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분들과 우리가 본질적으로 다를까요? 혼자 살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 곁이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파랑새가 어디 있는지 잊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집니다.

[링크] 너무 늦은 시간 – 클레어 키건 (교보문고)
너무 늦은 시간 | 클레어 키건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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