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드 – 그레천 바크, 김선교/전현우/최준영 옮김, 동아시아, 2021.
막연한 생각보다 만만찮은 전기, 전력 인프라의 현실과 미래
그리드?
전력망을 그리드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플러그를 꽂으면 전기가 흐르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정전 이외의 것들에 별 관심이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리드는 물리적으로 존재합니다. 196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그리드가 구축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그리드는 비교적 신식이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더 오래된 설비도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사회 인프라에 해당하는 것이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우리 주목을 끌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에 전력 생산의 5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원대한 목표가 탁상공론에 불과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탄력적일 수 없는 그리드
그리드에는 무조건 일정량의 “신선한” 전기가 흘러야 합니다. 아무리 수요가 적은 시간에도 전기는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를 대량으로 48시간 이상 저장하는 기술은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끊어지면 정전이라는 사고이고, 그리드 전체를 교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탄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전력 수요는 많은 시간에 집중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수요가 적어집니다. 최대 사용량을 감당하면서도 수요가 적은 시간에도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력 사용량을 관리하는 일은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의 어려움
그리드의 비탄력성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의 어려움이 드러납니다. 재생에너지의 주요 특성은 일관되지 않는다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태양광은 밤이나 흐린 날에 활용이 어렵고, 풍력은 바람이 없는 날이나 폭풍우가 오는 시기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각국의 그리드 사정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그리드에 유입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폭풍우가 발생하는 시기에 풍력발전으로 대량의 전기를 생산하여 그리드에 포함하려 할 수 있습니다. 풍력 발전 회사의 입장에서는 전력생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리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전력을 차단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대량의 전력 유입이 그리드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타이밍에는 그리드와 단절시키는 것이 과도한 전력 유입으로 인한 사고로부터 그리드 전체를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전력 사용량과 전기 의존도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각국이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을 우선 고려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위에서 실현 가능성으로
전력 생산이 친환경적일까요? 많은 사람들의 낙관과 달리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기에 많은 것을 의존하면서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이제 재생에너지 산업이 커지면서 전보다 당위와 요구가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드를 보호하면서 개선하기도 해야 하고, 다양한 발전의 형태를 효율적으로 믹스해야 하는 당국의 의사 결정 난이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집니다. 기존 발전소와 폐기물 처리장의 처리와 신규 발전소 수요, 입지 선정 등의 어려움도 포함됩니다. 그저 한 쪽 입장에 서서 다른 쪽을 압박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발전은 물론 존속에도 영향을 미칠 의사 결정인 만큼, 과정과 결과가 합리적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책 속 문장들]
P. 425.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하는데, 그리드는 단지 기술 시스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리드는 법적 시스템이면서 산업 시스템이고, 정치적 시스템이자 문화적 시스템이다. 기상과 기후에 민감하고, 각 영역에 서 일어나는 여러 유행과 주기적인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만 일 그리드를 구성하는 여러 영역들(특히 변동성 높은 비트들)의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분명 전력 사용자들이 활용하 는 기계나 우리가 운영하는 기술이 아닌 우리 자신에 기인할 것이다.

[링크] 그리드 – 그레천 바크, 김선교/전현우/최준영 옮김, 동아시아, 2021.
그리드 | 그레천 바크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링크] [책]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 신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