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불가능 – 신은혜, 제철소, 2022.

K-직장인의 1년짜리 프로젝트 성공기.
누구에게나 잘 되지 않는 것이 하나쯤 있습니다. 안무 아닌 율동에도 몸이 잘 따라주지 않은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50대에도 보여주시던 맨손 물구나무서기는 저는 결국 평생 겪어보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잘 되지 않는 것들의 목록은 안무나 물구나무서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겉잡을 수 없이 많이 늘어나 있습니다.
저자는 광고회사의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작은 성공을 늘려 갑니다. 어떤 해에는 운전, 피아노 연주, 수영, 영어 등 하나씩 성공 리스트에 항목을 늘려 가며 성취하는 기쁨을 쌓아 갑니다. 남들에게 쉬운 것처럼 보여도 저자에게 운전면허는 벽을 뚫는 듯한 체험이 되고, 친구 한 사람과 함께 서로 격려하며 매해 연말에 성취 발표회를 성공적으로 해냅니다.
어찌 보면 ‘선택과 집중’에서 벗어나는 일 같기도 합니다. 업무를 잘 해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높여 가다 보면 다른 일상을 전부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연주하기 위해 연말에 시간을 내서 나머지 연습을 합니다. 친구와 둘만의 연주회를 위해 대관한 장소를 전날 하루 더 빌려 최종 리허설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업무에 더 매진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요? 업무 중에 생긴 작은 실패도 피아노 연습과 같은 사이드 프로젝트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일은 없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선택과 집중’의 한 종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전혀 다른 일에 집중하면서 스스로를 본업에서 잠시 떨어뜨려 두는 일이 주의를 환기시켜 본업에 집중력을 더하는 전략이 될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 일에 시간만 늘린다고 효율이 오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벌써 2025년 3월이네요. 연초에 세운 목표를 다시 돌아보기 좋은 시기입니다. 만약 세운 목표가 없었다면 새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에도 충분한 타이밍입니다. 저는 올해 공복 유산소를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의 올해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P. 57.
내 음악의 첫번째 청중은 나 자신이다. 따라서 내가 흥분할 수 없는 작품은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없다. 내가 좋아하고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최초이며, 최고의 청중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 히사이시 조,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이선희 옮김, 샘터사, 2016.
P. 93.
영어 공부를 해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턱대고 주눅 드는 마음이 사라졌다는 것. 모르면 모르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나 자신을 창피해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되어 좋다.
P. 226.
아니 다들 왜 이렇게 잘 쓰는 거야? 나는 왜 이렇게 못 쓰는 거야? 그렇게 비교하고 나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좋아하는 에세이를 읽으면 행복하면서도 배가 아팠다. 배 아파하는 내 모습이 못나서 슬펐다.
P. 252.
기분이 좋든 아니든 머릿속이 복잡하든 아니든 일단 걷고 나면 생각이 가지치기 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구분되고, 그에 따라 지금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세상이 단순 명쾌해진다.
(2025.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