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난한 사람들 – 도스토옙스키, 이항재 옮김, 민음사, 2024.
감정은 물론 일상 자체를 허무는 가난 이야기.
교환 편지에서 드러나는 절대 빈곤
나이 든 하급 관리와 그가 연모하는 젊은 먼 친척 간의 편지 글의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저 친척 사이 이상의 감정이 포착되지만, 두 사람이 겪고 있는 절대 빈곤도 드러납니다. 여성은 건강이 나빠져 일을 하기 힘들 지경이고, 하급 관리는 자신의 제복을 새로 마련하거나 낡은 제복을 수선하기 어려울 만큼 가난합니다. 가난이 그저 불편함에 끝나지 않고 생존을 위협하다 보니, 오늘은 버겁고 내일은 너무 멀어 보입니다. 매일 가난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결국 그 가난이 감정이나 인생을 자신의 뜻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갑니다.
다른 이의 시선이 중요한 사람들
등장인물들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합니다. 하숙집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회사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등, 어찌 보면 자신의 생존 자체와 관계 없는 일에도 감정을 드러냅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걱정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한 현재의 우리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게 될까요? 우리도 생존을 위협받는 순간에도 그렇게 될까요? 그렇다면 제부시킨, 알렉세예브나와 우리는 시대를 뛰어 넘어 닮아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빈곤은 늘 우리 곁에
어떤 빈곤이라도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인간 관계의 빈곤, 물질적 빈곤, 시간적 여유의 빈곤, 일상 에너지의 빈곤 등, 어떤 의미에서라도 우리는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어떤 빈곤에 휘둘리고 있을까요? 어떤 면에서건 부족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족을 의식하면서도 철저히 그 부족함에 끌려가는 일상은 아닐까요? 누군가에는 그게 컴플렉스고, 그게 스트레스와 불화의 원인일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빈곤과 부족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더 현명하게 대처할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링크] 가난한 사람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이항재 옮김, 민음사 (교보문고)
[링크] [책]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