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외로움의 책 – 다이앤 엔스, 박아람 옮김, 책사람집, 2025.
공동체 속 소속감과 유대감을 강요받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막상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강제되다 보니 또 다른 형태의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어떤 곳에서도 완전히 외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어느 정도는 스스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의 외로움에도 이해와 공감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외로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친밀함의 강요
친밀함을 강요받던 기억이 납니다. 또래들과 어울려야 하고, 선후배와 잘 지내야 하며, 음주를 즐기지 않아도 회식에서 음주를 강요받았습니다. 저의 취향은 간 곳 없고, 비슷한 생각을 하도록 요구받습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르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입니다. 그 속에서 자연스레 “무리”와 거리를 두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친밀함의 요구가 줄어듭니다. 예전의 그 강요가 폭력일 수 있다는 사회적인 인식도 높아집니다. 강요된 친밀함 속에 있다가 벗어날 수 있어 편했습니다. 그래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공동체에서 벗어난 경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같은 궤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극단적인 거리두기
코로나 시기는 거리두기의 극단과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던 시기입니다. 저는 감정 표현에 서툴고, 먼저 연락해서 살갑게 안부를 묻는 성격이 못 됩니다. 그런 제가 외로움 탓인지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딱히 일이 없는데도 먼저 연락을 하기도 했습니다. 재택 근무 중에 회사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이 뭔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깨닫습니다. 답답하면 동료의 자리에 찾아가서 서로 이해가 될 때까지 상의하던 기회와 시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이야기를 하는 데도 의사소통에 한계가 느껴지고, 의견과 감정이 제대로 교환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자가격리 시기여서 그런지 쉽게 감정이 폭발하기도 합니다.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감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강요된 친밀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거리를 두었지만, 이런 극단적인 거리두기 역시 극단적인 외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도망치지 말 것
어느 정도의 외로움은 우리의 숙명인 모양입니다. 잊거나 잊으려고 노력한 적은 있어도 완전히 자유로운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외로움에서 완전히 도망치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의 외로움을 어느 정도 직면하면서 감당하고, 다른 한 편으로 다른 이(들)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느끼려는 노력 속에서 조금이나마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덧붙임: 고유명사 번역 관련
고유명사 번역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컨대, “해나” 아렌트 (57쪽 등) 나 “어툴” 가완디 (248쪽)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립국어원의 외국어 표기법이 늘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미 한나 아렌트와 아툴 가완디의 저서 번역서가 국내에 다수 소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유명사 번역은 번역가의 재량에 포함되지 않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 문장들]
P. 84.
언젠가는 모든 사회적 교류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뤄지면서 우리의 감각이 무뎌지고 경험이 차단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아마도 돌이킬 수 없을 이런 디스토피아 미래를 상상할 때면 나는 모든색 깔에 눈부셔하고 주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는 애벗을, 사람들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킹을 떠올린다.
P. 93.
고독은 감각의 과부하에서 잠시 쉴수 있게 해준다. 고 독의 즐거움에 약간의 외로움이 가미된다 해도 그것은 비교적 온화 한 외로움, 우호적인 외로움이다. 그것은 단지 우리가 스스로 혼자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고독은 친밀함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되기도 한다.
P. 173.
향수는 독특하다. 그것은 그저 과거에 누린 무엇, 즉 어린 시절의 안전이나 소속되었던 공동체, 열정적인 사랑 등을 향한 갈망이 아니라 그보다 미화된 모습의 과거를 향한 갈망이다.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잃으면 향수가 찾아오고 그 감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강렬해진다. 잃어버린 대상은 시간이 갈수록 미화되어 결국 실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삶에서 좋은 것들은 거의 언제나 좋지 않은 측면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어느 정도는 타협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망각한다.
P. 200.
라르스 스벤센이라면 나의 소외 상태를 내 탓으로 돌렸을 것이다.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외로워서 혼자인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외로웠던 것은 다른 이들과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세계가 없었고 나의 존재가 중요한 공적 세계, 내 목소리가 중시되는 공적 세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링크][인문] 외로움의 책 – 다이앤 엔스 (교보문고)
[링크][책]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