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 장강명, 글항아리, 2026.
술 당기는 해장술처럼 책 당기게 하는 책입니다. 다양한 벽돌책을 직관적인 분류를 통해 능숙하게 안내합니다. 크고 넓게 펼쳐지는 벽돌책의 세계 앞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겸손하게 됩니다.
술 당기게 하는 해장술처럼
전형적으로 독서 전투력을 올려주는 책입니다. 벽돌책을 길지도 어렵지도 않은 글로 소개합니다. 해당 책을 읽도록 유도하되 책 읽은 즐거움 자체를 훼손하지 않도록 애쓰는 글입니다. 벽돌책으로 칼럼도 쓰고 독서모임도 했던 저자여서 신뢰가 갑니다. 독서를 하기만 하면 인생이 변화한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벽돌책 하나가 읽는 사람을 미친듯이 흔들어 변화시키는 생각은 상상력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돌책이 담아낼 수 있는 가치 또한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벽돌책을 읽도록 독자들을 끌고 갑니다. 숙취를 해결하려고 마신 해장술이 또 술을 부른다는 주당들의 마음이 이런 것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다양한 벽돌책의 세계
두껍다고 다 똑같을 리는 없습니다. 소설에 해당하는 작품도 있고, 인문학이나 과학 대가들의 작품도 있습니다. 벽돌책을 만드는 데에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그런 책들은 펴낼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또한 얇은 책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세계를 구현하기도 합니다. 처음 벽돌책의 세계에 입문하는 책은 앞쪽에서, 스스로 어렵다고 여기는 책들은 뒤쪽에서 소개합니다. 아무리 까다로운 책 취향을 가진 분이라도 이 책이 소개하는 100권 중에 한 권 쯤은 (분량을 극복한다면) 마음에 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지식의 바다 앞에서 저절로 생기는 겸손
저자가 중간에 단원을 열 때 쓴 글들이 마음에 듭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벽돌책 자체가 우리 삶을 바꿔줄 리는 만무합니다. 다만, 꾸준히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겸손함이 마음 속에서 피어납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세계가 책 속에서 계속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책은 그 세계의 첫걸음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의 도피처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결국 앞선 세대와 우리 세대의 저자들이 펼쳐 놓은 바다 앞에 선 기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난히 벽돌책 앞에서 겸손하게 됩니다.
P. 206.
아래 책 속 인물들 중에는 제가 끝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혐오스럽기만 한 사람은 없더라고요. 한 개인뿐 아니라 그런 개인들의 집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감정을 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쉽게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벽돌책 독서로 얻는 교훈이라 생각합니다.
P. 336.
다소 뜬금없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문해력의 핵심은 어휘력이 아니라 지적 겸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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