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명심보감 (초략본) – 범입본, 안대회 옮김, 민음사, 2026.
발타자르 그라시안 저서 속 조언이 와 닿았다면, 아이스 말차 한 페이지에 명심보감 한 모금 어떠세요? 명심보감 초간본과 초략본의 판본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그 무엇보다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놀랍습니다.
흥미로운 저자와 정본 문제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정본과 저자 특정 문제가 흥미롭습니다. 정확한 번역을 위해서는 정본 확정이 중요한데, 저자에 의하면 최초 간행본과 청주에서 발견된 판본이 관련도가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른바 명심보감 청주본이 명심보감 해석에 중요한 모양입니다. 또한, 저자인 범입본이 유명 학자가 아니어서 중도에 저자가 삭제되어 다른 편저자가 저자로 인정되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자의 다른 저서인 치가절요는 경남 밀양에서 번각본이 간행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학자의 저술인데도 명심보감과 치가절요가 청주와 밀양에서 각각 번각본이 간행되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또한 이렇게 누적된 연구의 결과물을 접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함축된 지혜
짤막한 글로 동의와 공감을 끌어냅니다. 사회생활 경험으로 미루어 이해하게 되는 구절도 많습니다. 구구절절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다 싶습니다. 최근 MZ 또는 Gen Z와 소통이 쉽지 않음을 토로하는 이야기도 들려 오고, 세대간 소통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다고들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가 자기 앞가림 하느라, 또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소통의 기회나 기술을 포함한 너무 많은 것을 빼 놓고 지낸 것은 아닐까요? 우리 세대가 지금까지 철학없이도 그럭저럭 살아 왔다고 해서 다음 세대가 철학이나 인문학 없이 견딜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명심보감을 여전히 읽고 가르쳤다면 대중의 공분을 사는 최근의 사건들을 줄일 수 있었을까요? 세대 간의 대화가 보다 수월했을까요? 알 수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 보니 명심보감에서 곁에 두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여럿 발견하게 됩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책 왜 보나 명심보감 보면 되지
농담삼아 박정민 님의 성해나 작가 소설 영업(?) 멘트를 도발적으로 차용해 봅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책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명심보감은 함축적이면서도 간결해서 우리 삶을 돌아보고 판단할 때 새겨 들을 만한 조언들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로 고민될 때, 어떻게 행동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차분한 마음으로 넘겨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 문장들]
P. 58.
다수의 사람이 좋아해도 반드시 살펴야 하고
다수의 사람이 미워해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ー 공자
子日: 衆好之, 必察焉; 衆惡之, 必察焉.
P. 81.
은혜를 베풀고 보답받기를 바라지 말고
남에게 주고 되돌아서 후회하지 말라.
施恩勿求報, 與人勿追悔.
P. 139.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눠도
마음은 천 겹의 산에 가로막혀 있다.
對面共語, 心隔千山.
P. 153.
능력 있는 사람은 능력 없는 사람의 종이다.
能者拙之奴.
P. 177.
제 눈으로 본 일도 사실이 아닐지 모른다고 의심하거늘 등 뒤에서 수군거리는 말을 어떻게 깊이 신뢰하겠는가?
經目之事, 猶恐未眞; 背後之言, 豈足深信?
P. 186.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지 않고 사람이 스스로 취하고
색이 사람을 미혹시키지 않고 사람이 스스로 미혹된다.
酒不醉人人自醉, 色不迷人人自迷.
P. 222.
혼사를 맺으며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의 도이다.
ー「문중자」
『文中子』日: 婚娶而論財, 夷虜之道也·
P. 248.
길이 멀어야 말(馬)의 힘을 알고
세월이 오래되어야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

[링크][책] 명심보감 (초략본) – 범입본 (교보문고)
[링크][인문] 논어: 김영민 새 번역 – 김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