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설득의 심리학 1 – 로버트 치알디니, 황혜숙, 임상훈 옮김, 21세기북스, 2023.
대 마케팅 시대의 세련된 방법으로 무장한 설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기본기.
“그냥 가시게?”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중이었습니다. 바삐 지나가는데 시식 코너에서 만두 신제품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새우가 든 만두라길래 먹어보았습니다. 차갑고 맛이 별로였습니다. 따끈했다면 더 맛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만 같았습니다. 원래 없던 구매 의사는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뒤쪽에서 담당자분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그냥 가시게?”
대(大) 마케팅 시대
광고가 눈 앞을 떠나지 않습니다. 용접하는 모습을 맨눈으로 본 것만 같습니다.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려면 10분 이상의 광고 시간이 앞에 붙습니다. SNS를 켜면 보려고 했던 콘텐츠보다 광고를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유튜브 영상을 켜면 좌측 하단에 광고가 포함되었음을 알리는 문구가 뜹니다. 집요한 마케팅 기술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셈입니다. 제품 기능보다 광고 성능이 매출을 일으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인간관계와 삶에서 다양한 기술이 어떻게 우리의 이성과 의사를 뛰어넘거나 갉아먹는지 설명합니다.
설득의 기술들
알고도 당하고 모르고도 속는 기술들이 다양하게 출현합니다. 이성은 생각보다 멀리 있고, 감정과 즉흥이 우리를 조명처럼 비춥니다. 우리의 이성이 일관성을 끝까지 끌고 갈 것만 같지만, 역으로 한국전쟁 포로들은 글로 쓰면서 자신들의 입장이 꽤 큰 폭으로 변합니다. 잘못된 일관성으로 합리성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작은 테크닉 하나를 얹는 것만으로 적대적이던 면접관들에게 자신을 뽑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도 합니다. 우리의 이성은 생각보다 쉽게 뒤틀리고, 우리의 일관성은 엉뚱한 곳에 발휘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책, 그래봤자 책
안다고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읽는다고 알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널리 알려진 수법들에 대해 소개한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아, 이렇게 내 선택에 영향을 받고 있었구나.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면 일상에서 내게 다가오는 설득에 대해 물음표를 갖고 대해야겠다 싶습니다.
[문장들]
P. 20.
이 책에서 언급한 연구 결과들은 처음에는 당황스럽게 보이지만 사실 모두 자연스러운 인간의 성향을 보여준다.
P. 120.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감정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믿음을 논리적 주장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P. 167.
사실, 매튜 맥커너히가 링컨 자동차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P. 314.
이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일까? 우리를 이용하려는 가짜 권위자들의 가짜 주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항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권위를 행사하려는 사람이 진정 전문가인가?’ 우리는 정말 똑똑하기 때문에 권위의 상징 따위에 속지 않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P. 403.
과연 무엇이 강력한 일관성 장치를 ‘눌러, 작동하는’ 것일까? 사회학자들은 그 답을 ‘입장 정립’에서 찾아냈다. 일단 상대에게 어떤 입장이나 태도를 취하게 한다면, 이후로는 일관성 원칙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자동적이고 무분별한 행동은 유도해내기 쉽다는 것이다. 사람은 입장을 정하면 그 입장과 일관성 있게 행동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자연스럽다.
P. 486.
‘우리’ 집단 반응은 집단 정체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어떤 신호 혹은 상황에서 강화된다는 사실이다. 연대감이라는 (혹은 모든 설득의 원칙이 가지고 있는) 힘은 일반적인 자석처럼 언제나 똑같은 강도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흘러들어오는 전류 강도에 따라 끌어당기는 힘의 세기가 달라지는 전자석처럼 작동한다.
P. 579.
그러면 복잡하기 짝이 없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일을 일일이 심사숙고한 뒤 결정해야 하는 곤란에 빠진다. 따라서 우리는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에 단호히 맞서 귀중한 지름길 원칙을 사수해야 한다.

[링크] 설득의 심리학 1 – 로버트 치알디니 (교보문고)
설득의 심리학 1(2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 로버트 치알디니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링크] [책] 인생이 왜 짧은가 – 세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