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향성 – 나탈리 사로트, 위효정 옮김, 민음사, 2025.
실험적이어서 무슨 이야기인지 갸우뚱하게 됩니다. 살펴 보니 내러티브가 빠져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내러티브를 제외하면 무엇이 남을까?”에 대한 문학적 실험이자 대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잊기 쉽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얼마나 내러티브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돌이켜 보게 됩니다. 현실도 사람도 삶 자체도 조금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서 오세요 문학 실험실
얇은 분량만 보고 도전한 저 같은 분들에게 실험실이 열립니다. 말하자면, 우주의 암흑 물질 같은 책입니다. 우리는 내러티브의 강력한 힘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러티브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와 다른 이야기도 사실처럼 퍼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내러티브가 없습니다. 우주에서 항성과 행성, 혜성 등을 전부 제외하고 나면 남을 암흑 물질처럼, 우리 삶에서 내러티브를 전부 소거한다면 이 책이 남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잊기 쉽다고 안 중요한 건 아니니까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미화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좋은 추억이 더 크게 기억되어 있고, 당시 불편하고 어려웠던 일들은 상대적으로 사소하게 느껴집니다. 어린이 시절에 아파트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축구하며 뛰놀던 즐거운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모자란 운동능력으로 느꼈던 육체적 감정적 어려움에 대한 기억은 상대적으로 분명하지 않습니다. 막상 그 시절로 돌아가면, 여전히 부족한 운동능력처럼 잊고 있었던 현실적인 난관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잊혀졌지만 그 어려움이 당시에 일종의 고난과 역경으로 작용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의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로 내러티브나 큰 사건을 기준으로 기억이 구성됩니다. 하지만 당시의 현실은 기억만큼 납작한 평면은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은 잊고 있는 감정과 상황들이 판단과 실행을 어렵게 만들었음이 분명합니다. 내러티브에 포함되지 않는 상황과 감정은 쉽게 잊혀지지만, 당시의 나 자신에게 중요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것들에 대하여 들추어 냅니다. 그래서 제목이 식물이나 줄기, 뿌리가 아닌 향성인가 봅니다.
현실도 사람도 있는 그대로
목적에 현실이나 사람을 끼워 맞추려고 하면 왜곡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내가 만든 틀에 현실이나 사람을 끼워 넣어도 그 현실과 사람이 거기에 갇혀 있을 리가 없습니다. 어쩌면 디테일이 내가 만든 틀로 인해 희생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현실도 사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링크][책] 항성 – 나탈리 사로트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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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문학]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