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퀴어 – 윌리엄 S. 버로스, 조동섭 옮김, 민음사, 2025.
아마도 가장 충격적인 프롤로그로 시작합니다. 본능에 맡겨진 윌리엄 리의 삶은 약물 금단증상과 구애의 어려움에 늘 시달립니다. 본능에 맡겨진 일상을 지켜보다 보니, 눈치나 배려라는 명분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게 됩니다.
충격적인 프롤로그
이보다 더 충격적인 프롤로그가 있을까 싶습니다. 부인을 죽게 한 권총 사고가 이 책의 집필 동기라고 밝힙니다. 소설적인 프롤로그인가 했더니 실제로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읽고 나서 아무리 되새겨도 그 사고와 이 책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이 제가 접하는 이 작가의 첫 작품이라서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본능에 맡겨진 삶
주인공 윌리엄 리는 작가 본인을 투영한 인물이라고 합니다. 이미 배경은 멕시코이고, 약물과 술과 동성애로 일상이 채워진 인물입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가진 호감에 관계없이 윌리엄 리는 끊임없이 구애하고 받아들여지거나 거절당하고 상처받습니다. 그렇게 끊임없는 구애하는 면모는 원래 가진 성격일까요, 아니면 술이나 약물의 영향일까요? 감정이나 본능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우리나라와는 문화적 차이가 느껴집니다. 그게 아닐 수도 있겠네요. 제가 감정이나 본능을 그대로 드러내는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키엔 사베 (알 게 뭐야)
윌리엄 리에게서는 배려가 보이지 않습니다. 본능에 따라 구애하고, 거절당하면 서운해합니다. 약물에서 멀어지면 금단증상이 심하게 와서 아픕니다.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거나 웃게 하려고 너스레를 떨지만, 그 모든 것은 구애의 행동일 뿐입니다. 그것이 본능에 충실한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흔히 배려라는 말과 행동은 인간의 본능을 숨기거나 왜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차라리 본능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닐까요? 배려나 눈치가 사람들의 본능에 따른 행동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스스로 실천하는 도덕은 가치있지만, 다른 사람을 단죄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도덕이 과연 도덕일까요? 그저 타인의 본능을 제약하는 명분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책 속 문장들]
P. 114.
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게 막는 어리석고 평범하며 불만투성이인 사람들에게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를 느꼈다. 리는 혼잣말을 했다. “언젠가 내가 바라는 대로 할 테야. 나한테 조금이라도 격하게 반대하는 도덕적인 개자식이 있으면, 그놈 시체를 강에서 건지게 될걸.”
P. 122.
키엔 사베 (Quién sabe. ‘알 게 뭐야’라는 뜻의 스페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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