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올빼미의 낮 – 레오나르도 샤샤, 이현경 옮김, 민음사, 2026.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며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선택하는 주인공. 결국 모든 것은 바로잡힐 거라는 순진하고 막연한 희망을 걸어 봅니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기
우리는 모두 어떤 면에서는 돈키호테일지도 모릅니다. 각자 인식하고 있는 세계는 객관적인 세계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친한 사람에게 기울어져 있고, 경쟁자와는 가까워도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도 회사 내 영향력 있는 상사의 판단에 따라 그 일의 가치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아침 해가 뜨고,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돈키호테들은 각자의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출근이라는 행위에 돌입합니다.
보이지 않는 마피아
당시로는 신선했던, 마피아를 다룬 HBO 드라마 “소프라노스”가 이제는 옛날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마피아가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영화나 드라마로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마피아를 들먹이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며 허수아비를 공격한다고 역공을 당하던 시대입니다. 광장에서 사람이 살해당했음이 분명한데, 아무리 집요해도 수사는 어렵고 기껏 진행한 수사의 결과는 쉽게 뒤집힙니다. 보이지 않는 적 중에 이 이상 강력한 상대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로디 대위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도전합니다.
막연하고 순진한 희망
시간이 흐르면 어지간한 것들은 전부 밝혀진다고 생각합니다. 순간의 이익은 짧고 진실은 길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나 제도적인 보호 수단보다 가까운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녹취록이나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기 이전의 시절에는 얼마나 더 지독했을까요? 기적은 지금 당장 이뤄져서 기적이 아닙니다. 시간이 흘러 희망이 결국 성취된다는 것 자체가 기적 아닐까요? 세상이 전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절망적인 외침이 있어도, 지금 당장 일종의 위력으로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어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바로잡힐 거라는 막연하고 순진한 희망을 버리지 않기로 합니다.
[책 속 문장들]
P. 54.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에 대한 연민과 실망 속에서 벨로디 대위는 자신이 조금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
P. 118.
사법적이라고 한 것은, 법률이 우리 사법 체계의 심급(審級)을 거치면서 점차 추상화되어 결국 형식적 투명성에 이르는 상태가 된다는 뜻에서이다. 그러한 상태에서 실질, 즉 사실들에 담긴 인간적 무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인간의 이미지가 제거된 후 법은 단순히 자기 자신을 반영할 뿐이다.
P. 132.
“진실은 우물 밑바닥에 있소. 우물을 들여다보면 거기 비친 해나 달이 보일 겁니다. 하지만 그 안으로 몸을 던지면 해도 달도 사라져요. 진실만 있을 뿐이지요.”
P. 153.
그는 약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기 전에 분명히 깨달았다. 자신이 시칠리아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곳으로 돌아가리라는 것을. “거기서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링크][책] 올빼미의 낮 – 레오나르도 샤샤 (교보문고)
[링크][문학] 사건 – 아니 에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