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옐로페이스 – R. F. 쿠앙, 신혜연 옮김, 문학사상, 2024.
관심이 돈이 되는 시대여서 관심은 받고 싶지만, 관심의 그림자처럼 함께 오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서 신선하게 만들어 줍니다. 취재와 훔치기의 경계는 모호하고, 취재를 한다고 꼭 바람직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취재도 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것도 작가의 직무유기인 것만 같습니다.
관심은 받고 싶지만
우리는 관심이 돈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연예인만 관심을 받는 직군이었다가, 어느새 연예인이라고 하기 애매하지만 많은 관심을 받는 인플루언서들도 생겼습니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의 등장과 쇠락이 목격됩니다. 주인공 준은 작가로서 출판 관계자들과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아야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연히 성공의 척도도 베스트 셀러 작가이고, 후속작도 관심과 인기를 끌어 모으는지로 여부로 귀결됩니다. 스타 작가인 친구 아테나가 남긴 초고를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이미 주인공의 숙명이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욕 먹기는 싫어서
인기에는 그림자처럼 시기와 질투가 따라옵니다. 여론은 그럴듯 하지도 않은 이야기에 휩쓸려 다닙니다. 화려한 모습만 보고 스타가 되기를 원하지만, 스타가 된 후 견뎌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애초에 스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의 집요함은 상상을 넘어서기 때문에, 늘 뜻하지 않은 위험에 경계를 늦출 수 없습니다. 욕을 먹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사실인지 확인도 없이 덮어 놓고 욕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연예인은 토크쇼에서 “나를 아무도 모르지만 돈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솔직한 욕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취재인가 훔치기인가
저자는 글쓰기의 매력에 대해 “진정한 마법”이라고 표현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어서 수긍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디서 어디까지가 창조일까요? 아테나가 전 연인인 제프리에 대해서, 그리고 주인공 준이 한 이야기를 동의없이 자신의 작품에 쓰는 것에 스스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프리나 준은 소재를 훔친 거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작가가 지인 이야기를 본인 동의 없이 작품에 사용했다는 주장이 이슈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디까지가 취재이고, 어디서부터 훔친 것일까요? 최근에 있었던 실제 사건의 판례에서 사실관계를 일부 각색해서 작품을 쓰는 것은 어떤가요? 피해자 입장에서 피해 사건이 자신의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실제 사실관계에 대해 딱히 취재도 없이 누군가의 소설 작품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취재를 하지 않았으니 괜찮은 것일까요? 취재를 했다고 괜찮은 것도, 취재를 하지 않았다고 괜찮은 것도 아닌 것만 같습니다.
[책 속 문장들]
P. 304.
하지만 나는 털어놓지 못했다.
물러서지 않고 결백을 주장하는 것, 그것이 이 모든 과정에서 제정신을 내내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 나는 한 번도 미치지 않았고, 누구 앞에서도 내 도둑질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는 내 거짓말을 스스로 믿었다.
P. 310.
글쓰기는 진정한 마법에 가장 가깝다. 글쓰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며,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을 여는 것이다. 현실 세계가 너무 고통스러울 때 글을 쓰면 새로운 자신 의 세계를 만들 힘이 생긴다. 글쓰기를 그만두는 건 내게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링크][책] 옐로페이스 – R. F. 쿠앙 (교보문고)
[링크][문학] 남극 – 클레어 키건
[링크][문학] 향성 – 나탈리 사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