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안과 겉 / 결혼 / 여름 –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민음사, 2025.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들로 구성된 책입니다. 저에게는 조금 산만하거나 피상적으로 느껴집니다. 시대적인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에세이여서 그런 것일까요? 초기작이어서 그런 걸까요? 일단 그의 다른 대표작들을 읽어 볼 때까지 판단을 보류하기로 합니다.
산만해서 조금은 낯선 카뮈
카뮈의 글은 길이에 관계없이 저를 긴장시키곤 했습니다. 그의 깨어 있는 문장을 접하면 덜 깨어 있는 저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했기 때문입니다. 자세를 바로 하고,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꾸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조금 다릅니다. 자신이 여행하며 느낀 것들을 글로 담고 있습니다. 여행지 묘사는 조금 딱딱하고, “저걸 보고 이걸 느낀다고?” 싶은 대목도 여럿 나옵니다. 시대적, 장소적 차이가 저의 몰이해의 근본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닌 것만 같습니다.
나만의 실존 체험
그 사이에 저만의 실존 체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감기인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가 갑자기 언어 능력을 잃은 것만 같을 때, 다음 행동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알려 준 낯선 병명에 대해 검색하며 밤새 알아 보다가 지쳐 있던 아침에 피난을 떠나라는 재난 문자를 받았을 때 느꼈던 지독한 고독감이 기억납니다. 연인 사이의 이별 통보를 아무리 멋들어진 수사로 꾸며도 이별 통보라는 본질에 차이가 있을 리 없습니다. 일상에서 아무리 행복감을 느껴도 우리가 본질적으로 혼자라는 본질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일상에서, 현실에서 느낀 나만의 체험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사변적인 이야기에는 전처럼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아직
이제 카뮈의 에세이가 제 취향이 아니라는 건 느껴졌습니다. 아니, 초기작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카뮈의 대표작들 중에서 접하지 못한 것들이 많고, 특히 시지프 신화는 책장에 꽂아 두고 첫 페이지도 넘겨보지 못했습니다. 모든 글에는 읽기에 적당한 시기와 장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읽지 못한 카뮈의 작품들이 적당한 시기에 저에게 와 닿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책 속 문장들]
P. 67.
나는 묻고 싶다, 그가 과연 행복한 것인지 ···· 그러나 바로 그런 점에서 여행은 인간에게 깨우침의 빛을 던진다. 하나의 커다란 부조화가 그와 사물들 사이에 생겨난다.
P. 93.
나는 나의 모든 몸짓으로 세계를 붙잡고 있으며 나의 모든 연민과 감사를 통해서 인간들을 붙잡고 있다. 세계의 이 안(裏面) 과 저 겉(表面) 중에서 나는 어느 한쪽을 택하고 싶지도 않고 또 남이 택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우리가 명철한 동시에 아이러니컬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링크][책] 안과 겉 / 결혼 / 여름 – 알베르 카뮈 (교보문고)
[링크][문학] 퀴어 – 윌리엄 S. 버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