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사랑에 대하여 – 안톤 체호프, 이항재 옮김, 민음사, 2025.
저자의 매력 넘치는 단편들이 실려 있습니다. 표제작 “사랑에 대하여”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사랑은 재채기처럼 숨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자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이런 보편적인 감정을 간결하게 잘 포착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매력 넘치는 단편들
표제작 “사랑에 대하여”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느끼는 체호프 단편의 매력은 생활에 밀착해 있는 글이라는 점입니다. 시대상이 다르니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이 당연히 다르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나 감정은 다른 듯 닮아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단정짓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시선을 잘 드러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단이나 판단을 미리 내린다는 느낌은 덜 듭니다. 담백하게 일상의 감정을 잡아내면서도 작가 스스로 평가하고 단정짓지 않는 모습에서 저자의 매력이 드러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재채기 같은 사랑
사랑은 감기나 재채기 같은 것이어서 참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이 단편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스스로 몰랐던 사랑의 감정을 깨닫습니다. 누군가는 표현하고 상대방이 떠나 가고, 누군가는 차마 표현하지 못해서 주위를 맴돌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과감하게 만남을 시작하지만 사회의 시선 등 고난의 시작임을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인간 군상들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저자의 글 속에서 우리들도 주위의 누군가를 떠올리고, 심지어 자신의 사랑 기억을 꺼내게 됩니다.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의 욕망을 갖고 살지만, 어느 정도 사회와 타협점을 찾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기쁨을 누리고, 누군가는 슬픔을 느끼며, 누군가는 좌절한 사랑의 기억을 되새깁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저자의 탁월함이 감기처럼 숨기기 어려운 형태로 드러납니다.
교보문고, 다이소에서 펼쳐지는 적극성
적극성이 미덕인 시대입니다.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좋은 분과 이성 교제를 위해서 여성분들에게 삼성전자 사옥 근처 투다리를 가라는 조언이 언급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책 읽는 사람이 좋으니 교보문고가 이성에게 말을 걸 좋은 곳이라고 했다가, 결국 생활 습관이 검소한 이성을 찾아 다이소를 가야 한다고 합니다. 부러운 적극성입니다. 스스로를 돌아 보니 평생 그렇게 적극적인 적이 없었던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교보문고나 다이소에서 이성에게 전화번호를 묻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경험상 급등주를 따라가는 것보다 배당주를 사서 배당을 받는 것이 마음 편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이성을 만나도 제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상대가 제 곁에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적극성 결핍에 대한 핑계에 논리만 하나 얹어 갑니다.
[책 속 문장들]
P. 30.
‘왜 ‘ 웃죠? 지금 당신에게 술을 먹이는 이 무뢰한들은 술때 문에 당신의 목소리가 망가지고 빈털터리가 되면 당신에게 돈 한 푼 주지 않을 겁니다!’ 이 무슨 대담한 행동이라는 말인가? 내 일행이 왁자지껄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나는 그 풋내기를 내 옆에 앉히고, 그 풋내기에게 술을 주라고 했다. 금주(禁酒)를 옹호하던 풋내기는 술을 잘 마셨다. 그런데 내가 그를 풋내기라고 부른 까닭은 그의 콧수염이 아주 작았기 때문이다. 그의 대담함에 나는 결혼으로 화답했다.
P. 59.
모두가 무리를 지어 소냐를 데리고 간다. 얼추 오 분이 지나자 엄마 침대에서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소냐가 잠을 잔다. 그 옆에서 알료샤가 코를 곤다. 그리샤와 아냐는 그들의 다리에 머리를 얹고 잠이 든다. 바로 그때 식모의 아들 안드레이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자리에 눕는다. 아이들 곁에는 새로운 놀이가 시작될 때까지 제힘을 잃어버린 코페이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잘들 자거라!
P. 155.
숲과 콜토비치의 대저택에서 은방울꽃과 고추나물의 향기가 강하게 풍겨 왔다. 표트르 미하일리치는 연못가로 다가가서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슬프게 수면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태껏 잘못된 말과 행동을 했고, 사람들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자기에게 앙갚음했다고 확신했다. 이 때문에 그는 지금 자신의 삶 전체가, 밤하늘이 비치고 물풀들이 뒤엉킨 이 연못의 물처럼 어둡게 보였다. 그는 이것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느꼈다.
P. 251.
좀 더 세월이 지나고 해결책을 찾으면 그땐 정말로 새롭고 멋진 삶이 시작될 것 같았다. 하지만 끝은 아직 멀고도 멀며,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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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책] 사랑에 대하여 – 안톤 체호프 (교보문고)
[링크][문학]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 피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