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버지니아 울프 단편선 – 버지니아 울프, 이미애 옮김, 민음사, 2025.
누군가의 중얼거림을 엿듣는 듯한 서술 방식에는 적응이 필요합니다. 일단 적응이 되면 세밀한 붓터치처럼 저자의 상세한 서술이 다가옵니다. 맨 뒤쪽의 두 단편의 흡인력이 인상적입니다.
누군가의 중얼거림을 엿듣는 것처럼
작가의 서술 방식에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이 걸립니다. 누군가 생각과 풍경과 감정을 계속 중얼거리는 듯한 서술이 계속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로 놀란 가슴이 버지니아 울프 읽으면서도 뜁니다. 약간의 조정 시간을 거치면 작가의 작품 세계에 한 발 들여 놓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작가의 시선에 맞춰서 시선을 옮기는 듯한 느낌조차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일상 기록은 너무 단순한 것처럼
작가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한 폭의 세밀화를 그리듯 일상을 상세하게 담아냅니다. 제가 일상을 파악하는 방식이 구체적이지 못해서 저의 일상이 모호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시점, 풍경, 상황, 그리고 인물. 모든 것을 독자에게 알려 주려는 듯이 다가옵니다.
가장 재미있는 작품을 맨 뒤에 숨겨둔 것처럼
제가 작가의 서술 방식에 적응하는 데에 오래 걸린 것일까요? 편집자가 가장 재미있는 작품을 뒤에 배치한 걸까요? 수록 작품 중에서 “래핀과 래피노바”, “유산”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더 이상 같은 꿈을 꾸지 않는 배우자와의 관계, 그리고 완전히 반대 입장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배우자의 일상을 기록으로 접하는 일이 두 작품에서 펼쳐집니다. 짧은 분량의 글에서 실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흡인력을 만들어 냅니다.
[책 속 문장들]
P. 63.
잠에서 깨어나며 내가 소리친다. “아, 이게 당신들이 숨긴 보물이에요? 가슴속의 빛이?”
P. 181.
하지만 바깥에 있는 거울은 현관 탁자와 해바라기, 정원 길을 매우 정확하고 확고하게 비추어서, 그것들은 달아날 수 없이 거기 거울 속의 실재에 붙잡혀 있는 것 같았다. 이상한 대조였다. 여기는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데, 저기는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었다. 여기서 저기로 번갈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더위 때문에 모두 열려 있는 문과 창문을 통해서, 끊임없이 한숨을 쉬고 멈추는 소리, 잠시 머무는 자들과 소멸하는 자들의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고 인간의 숨결처럼 오가는 것 같았다. 반면에 거울 속의 사물들은 이미 숨쉬기를 그만두었고 불멸의 무아지경에 고요히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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