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김경원 옮김, 민음사, 2025.
천방지축 도련님의 짧지만 강렬한 사회 생활 적응기. 짧게 경험한 사회 생활에서 도드라지는 위선에 참지 못하고 혈기왕성하게 대처합니다. 도련님으로 도쿄를 떠났다가 사회인으로 성장해 돌아옵니다. 흔히 현재를 섣불리 평가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현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평가를 일단 미뤄두고, 그저 현재를 현재답게 살아낼 뿐입니다.
천방지축 도련님의 사회 생활 적응기
나이를 먹으니 어른스러운 척 하기가 쉽습니다. 외모가 받쳐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 어른인지 돌아보면 의심스러워집니다.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의 주인공은 유쾌합니다. 스스로 천방지축임을 인정하지만, 젊은 혈기와 의기로 기성 세대인 너구리, 빨강셔츠, 알랑쇠의 위선을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섭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료 교사 “산미치광이”와 의기투합도 나름대로 일종의 기싸움 끝에 이뤄집니다.
국수집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게이샤를 탐하는 위선
작은 지방 학교 사회에서도 정치력은 발휘됩니다. 원하는 사람은 남기고 원치 않는 사람은 전근 보내는 식의 배치가 일어납니다. 그 전근 송별회에서도 전근 당사자 교사(“끝물호박”)가 딱히 원하지 않는 게이샤들이 들어옵니다. 외지인인 주인공이 국수집이나 경단집 이용이 교사의 품위를 훼손한다며 주의를 주던 그들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면서 위선이 드러납니다. 사람은 원래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고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자신들의 숨겨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전근 교사의 송별회를 이용하는 모습은 그저 위선의 민낯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뻔뻔합니다. 주인공인 도련님과 산미치광이도 이에 분개합니다.
돌아온 탕자 도련님
몇 달 만에 도쿄로 돌아왔지만, 그는 달라져 있습니다. 짧지만 호되게 사회생활을 겪은 탓일까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갑니다. 돌아오기 전에는 자신을 늘 좋게만 말해주던 하녀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등 의존성을 놓지 못했지만, 돌아오고 나서는 한 뼘 성장한 모양입니다. 짧지만 강렬한 경험은 도련님을 더 이상 도련님이 아닌 사회인으로 성장시킨 셈입니다. 일상에서는 알기 어렵지만, 일상도 어렵고 힘들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더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20대 초반의 저는 스스로에 대해 늘 불만족하고 불안했지만, 지금은 그때의 젊음을 떠올리며 당시의 불만족과 불안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평가를 멈추고, 그저 현재를 현재답게 살아내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책 속 문장들]
P. 7.
천성이 앞뒤 재지 않고 덤비고 보는 천방지축인지라 어릴 때부터 손해만 본다.
P. 95.
“학생들이 예의범절을 갖출 수 있도록 교사가 감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우선 교사는 가능하면 음식점 등에 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송별회 같은 때는 특별히 예외이지만, 품위가 없는 곳에 가는 일은 피해 주십시오. 예를 들어 메밀국숫집이라든가 경단집이라든가… “
P. 150.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사과하는 행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처사는 지나치게 정직하고 바보스럽다고 할 것이다. 사과하는 사람도 거짓으로 사과하는 것이므로 용서하는 사람도 거짓으로 용서한다고 보면 그리 틀리지 않다. 만약 정말로 사죄를 받아 낼 마음이라면 진심으로 후회할 때까지 두들겨 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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