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댈러웨이 부인 – 버지니아 울프, 이미애 옮김, 민음사, 2025.
물 흐르듯 유려한 묘사가 돋보입니다. 특별한 하루지만 일상의 하루 같기도 합니다. 댈러웨이 부인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철없음에 뜻밖의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흐르듯이 유려하게 뽑아 내는 현실 묘사
생각의 흐름 기법이라는데 묘사가 유려하게 흘러갑니다. 배경 설명은 설명대로, 인물은 꽝 하고 등장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작가의 상세한 설명의 흐름에 일상이 입체적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데, 직전에 단편집을 읽은 것이 도움이 된 모양입니다. 별다른 적응기간없이 이야기에 스며들었습니다.
특별하지만 별 것 아닌 일상
클래리사 댈러웨이, 즉 댈러웨이 부인이 자신의 집에서 파티를 여는 하루에 일어난 일을 담고 있습니다. 집에서 여는 파티이니 특별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시의 별 것 아닌 일상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미혼일 때 자신에게 고백했던 피터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젊은 시절 독특하고 도발적인 분위기를 풍기던 친구가 다섯 명의 자녀를 둔 부인으로 파티에 오기도 합니다. 그 모든 손님이 특별하지만, 여러 사람을 챙기는 파티 주최자로서는 잠깐씩 손님을 대할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직접 모두 감당하기에 많은 손님들 덕에 손님들의 특별함이 상쇄되는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철없음이 주는 뜻밖의 위로
작품 속 현재 시점이 결혼 후 10년 정도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습니다. 결혼 전 댈러웨이 부인에게 고백한 피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젊은 시절 발랄하던 친구도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나이가 50대 전후로 설명됩니다. 나이를 알고 나니 뜻밖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아, 나만 철 없는 것이 아니구나. 20대에 결혼 전 고백했던 인물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50대 피터를 보고 굳이 흔들릴 필요가 있었을까요? 댈러웨이 부인의 독백이 철없게 느껴집니다. 돌아보니 나이가 주는 무게감에 지레 겁을 먹어서 운신의 폭을 좁힌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나이의 무게를 의식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 다짐해 봅니다.
[책 속 문장들]
P. 46.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잠수부를 머뭇거리게 하는 그런 불안감을. 그동안 발밑에서는 바닷물이 시커메졌다가 밝아지고, 부서질 듯 위협적인 파도는 그저 부드럽게 표면을 가르고 해초를 뒤집으며 진주를 굴리고 숨기고 박아 넣을 것이다.
P. 116.
쉰 살이 넘으면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자들에게 끊임없이 예쁘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쉰 살이 넘은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하리라고, 피터 월시는 생각했다. 정직한 사람이라면.

[링크][책] 댈러웨이 부인 – 버지니아 울프 (교보문고)
[링크][문학] 버지니아 울프 단편선 – 버지니아 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