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김난주 옮김, 열린책들, 2026.
[일러두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형식 / 내용 상의 제한없이 작성하였습니다.]
길고양이라는 입장
길고양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봅니다. 작가가 스스로를 화자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영리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무엇이라고 이야기하건 간에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라고 해도 발언자의 입장과 배치되면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자신과 분리한 길고양이라는 독립된 시선으로 1900년대 초반 무렵의 일본의 일상을 바라봅니다.
집으로의 초대
주인공 구샤미 선생은 많은 사람들을 집에 들입니다. 손님들이라는 친구들이 뻔뻔하게 예고도 없이 와서 쓸데없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잔뜩 늘어 놓기도 하고, 속만 뒤집어 놓고 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방문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인근 학교에서 공이 넘어와서 매번 가지러 오기도 합니다. 몰래 뻔뻔하게 들어오는 학생들에게는 정색하지만, 양해를 구하면 와서 가져가도 된다고 합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그만큼 열려 있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참을성의 역치도 높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집에 다른 사람들이 늘 드나들게 허락할 수 있을까요? 저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파트가 잔뜩 늘어선 지금 층간 소음으로 분쟁이 일어나 사람이 다치거나 죽기도 하고, 약간의 분쟁에도 바로 법원으로 달려가는 지금과는 많은 것이 다른 것 같습니다.
참을성이 변해 가네
전화를 바로 받지 않으면 짜증이 납니다. 약속 시간 정각에 나타나지 않으면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연락하지 않는 연인에게 화가 납니다. 우리는 기다리지 않으면서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을까요? 약속 장소에서 무작정 기다릴 필요도 없고, 휴대전화로 바로 연결이 되는 것처럼 세상은 점점 좋아지는데 우리의 참을성과 인내심의 심지는 점점 짧아져만 갑니다. 처음 읽을 때는 현재의 자극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이 책은 1900년대 일상의 불합리와 지루함으로 먼저 다가오지만, 읽고 나니 우리가 이미 잃어서 지금은 가지지 못한 여유와 미덕을 떠올리게 됩니다.
[책 속 문장들]
P. 216.
사나운 호랑이도 동물원에 들어가면 똥 묻은 돼지 옆에 자리를 잡고 거대한 기러기도 산 채로 잡혀 양계장에 들어가면 닭과 같은 도마 신세를 지게 된다. 따라서 범부들과 같이 사는 나 역시 범묘로 처신할 수밖에 없다. 범묘가 되려면 쥐를 잡아야 하니, 나는 끝내 쥐를 잡기로 결심했다.
P. 374.
알지 못하는 것에는 허투루 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숨어 있다 여기고, 가늠할 수 없는 것은 왠지 대단하다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떠벌리지만 학자들은 아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이다. 이 점은 대학 강의에서 무슨 소린지 모를 얘기를 하는 선생은 평판이 좋고, 아는 얘기를 또 설명하는 선생은 인기가 없는 것만 봐도 족히 알 수 있다.
P. 394.
세상에는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더러 있다. 끝까지 고집을 부려 이겼다고 생각하는 동안 당사자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뚝 떨어진다. 고집을 부린 당사자는 죽을 때까지 자기 체면을 세웠다고만 생각할 뿐, 남들이 자신을 경멸하여 상대조차 해주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행복한 돼지라고 한다고 한다.

[링크]
[링크][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 소세키 (교보문고)
[링크][문학] 겨울 여행 – 자우메 카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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