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금색야차 – 오자키 고요, 송태욱 옮김, 민음사, 2026.
이수일과 심순애의 일본 원작 소설입니다. 이 또한 영국 소설의 번안 작품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더 섬세한 감정 표현이 두드러집니다. 속편 집필 중 사망했다는 저자의 손이 어디까지 미친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놀랍게도 표지 그림에 해당하는 장면이 비교적 작품 초반에 등장합니다.
다이아몬드 사나이
“이수일과 심순애”로 알려진 장한몽의 원작 소설. 2000년대 일본 연구자에 의해 버사 클레이 (본명: 샬럿 메리 브레임)의 소설 “여자보다 약한”을 번안한 소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도입부부터 이 사람이 “김중배”에 해당하는 인물임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해줍니다. 남성 등장 인물 중의 하나가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장착하고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탁월한 감정 표현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탁월한 면모를 보입니다. 이렇게까지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지경입니다. 원래 사람의 감정은 그닥 논리적이지 않고, 내 감정이 중요할 뿐 다른 사람의 감정이 내 감정보다 중요할 리 없습니다. 실수할 만한 나이에 감정에 이끌려 실수하고, 그런 실수에 대한 후회는 꽤 오래 가기도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미숙함과 감정적 동요, 그리고 상호 충돌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본성의 민낯을 유려하게 그려냅니다.
속편들 그리고 표지 그림
저자가 속편 집필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에 실린 속편, 속속편, 신속편은 다른 저자들이 원작을 기반으로 이어 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전편/중편/후편의 이야기와 미묘하게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원저자가 어디까지 썼고, 이어 쓴 이가 어디부터 쓴 것인지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표지 그림은 놀랍게도 작품 초판 표지 그림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별 통보를 받은 칸이치가 미야를 걷어 차는(!) 충격적인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책 속 문장들]
P. 280.
애초부터 미야는 다다쓰구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결코 미워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그런 마음이 생겨났다. 그녀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 남편이야말로 당시 사랑과 부의 가치를 알지 못하던 나를 속이고 헛되이 빛나는 부를 과시하며 팔 수도 없는 사랑을 빼앗아 간 것이라며 후회했다. 그리하여 그 원망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까지도 전적으로 남편의 죄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P. 352.
부모와 헤어져도 괜찮은 나이 따위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부디 이것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P. 409.
그는 암담한 표정으로 덧없음을 곱씹었다.
“나는 이제 그 여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네. 또 그 여자가 뉘우쳤다고 해서 자네가 잃은 것을 다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 말일세. 그것으로 위로받지 못한다면 그걸로 됐네. 요컨대 자네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면 될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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