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겨울 여행 – 자우메 카브레, 권가람 옮김, 민음사, 2025.
느슨한 듯 연결된, 하지만 독자의 뒤통수를 노리는 재기발랄한 단편 14편이 실린 단편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김동식 작가의 “회색 인간”을 떠올리게 할 만큼 반전 있는 단편집입니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 걸까요, 우리가 제풀에 속아 넘어가는 걸까요? 엄밀히 말해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요? 어떤 사람이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부러질 때, 우리는 스스로의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기 전에 사람에, 삶에 속았다고 믿어 버립니다. 그 쪽이 견디기 쉽기 때문입니다. 역시 우리의 짧은 앎으로는 무한한 삶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저자는 짧은 호흡으로도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흥미진진하게 단편집을 이끌어 갑니다.
음악으로 풍부해지는
단편집에 실린 작품 중에 몇몇 작품은 음악으로 더 풍부해집니다. 특정 음계에 대한 언급 부분에서는 음악에 대해 조예가 없는 점이 아쉽기도 합니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더 풍부하게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겨울 여행”이라는 표제작도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연관된 제목입니다.
다른 작품을 부르는 독서
기대하지 않은 단편집의 재미에 작가에 대한 흥미도 올라갑니다. “나는 고백한다”라는 저자의 장편은 들어본 적 있지만 소재 특성상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읽어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소개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책 속 문장들]
P. 285.
그제야 그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빈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은 하나의 경로도 목적지도 아닌 여행이며, 우리가 사라질 때는 그 위치가 어디든 우리는 언제나 여행의 중간 지점에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의 불운은 하필이면 가혹하기 짝이 없는 겨울 여행에 당첨되어,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는 데 있다.

[링크][책] 겨울 여행 – 자우메 카브레 (교보문고)
[링크][문학] 체호프 희곡선 – 안톤 체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