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민음북클럽에디션] 괴테와의 대화 – 요한 페터 에커만, 장희창 옮김, 민음사, 2026.
문학 작품을 발췌 편집하는 데에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일기 형식을 띤 이 작품의 특성 덕분에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괴테라는 이름의 무게에 비해 접근성이 좋은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괴테의 작품들보다 세계문학전집의 두 권 짜리 “괴테와의 대화”를 먼저 읽고 싶어졌습니다. 멘토같은 괴테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기분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편집자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
편집자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요? 살면서 처음 해 보는 생각입니다. 번역은 번역가의 역량에 따라 원 저서의 맛을 살릴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초월 번역이나 원저의 의미를 넘는 번역은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편집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요? 원래 없던 책을 “편역”이라고 해서 찍어 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민음북클럽 에디션은 편집자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 걸까요? 세계문학전집에 단행본 두 권으로 나온 책을 임의로 편집해서 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단편집의 일부를 편집해서 낼 수는 있지만, 두 권 짜리 책을 발췌해서 에디션을 따로 내는 것이 원작 훼손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저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의 열기에 편승하려는 잘못된 전략 아닐까요?
민음북클럽 에디션에도 잘 살린 원작의 맛
결과적으로 제 생각이 짧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는 저자와 괴테의 교류를 보여 주고, 괴테의 생각을 곁에서 함께 듣는 것처럼 읽힙니다. 일반적인 스토리텔링보다는 일기처럼 그 날 있었던 괴테와의 대화에 집중하는 형식입니다. 따라서 일부 날짜의 이야기를 엮어서 내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얼마나 괴테의 말과 행동에 존중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70대의 나이에도 괴테라는 인물이 얼마나 통찰력과 매력을 가진 사람인지 잘 드러납니다. 이 에디션이 없었다면 에커만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고,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괴테보다 괴테가 쓴 글을 먼저 읽으려고 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괴테의 저서보다 에커만의 두 권짜리 책을 먼저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접근성이 더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없는 멘토를 위하여
삶에 통찰력을 지닌 분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자신이 일가를 이룬 분야가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삶을 바라보는지 나눌 수 있다면 그 세대의 삶이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멘토는 사라진 것 같습니다. 공개 석상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비틀어서 훼손시키거나, 개인적인 흠을 탈탈 털어서 망신을 주며 쫓아 내는 형태의 괴롭힘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최근에 전 한국은행 총재가 전문가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대해 그의 개인사나 재산 현황을 들고 와서 비웃어 버립니다. 전형적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보다 손가락을 흠 잡는 행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담론이 위축되어 사라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아쉬운 대로, 괴테의 지혜에 귀 기울이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담당 편집자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말이죠.
[책 속 문장들]
P. 60.
현재는 언제나 현재로서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네. 시인의 마음속에 날마다 솟아오르는 사상이나 느낌은 그 모두가 표현되기를 원하고 또 표현되어야만 하네. 그러나 보다 큰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득 차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모든 사상을 등지고 생활 자체의 안락함까지 잃어버리는 걸세.
P. 120.
“우리는 묵묵히 올바른 길을 가기만 하면 되네. 다른 사람이야 멋대로 자기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세. 그것이 가장 좋아.”
P. 161.
괴테가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생각하지. 세상 물정을 알려면 나이를 먹어야만 한다고 말이야. 그러나 사실은 나이를 먹게 되면 이전처럼 현명하게 처신하기가 어려워진다네. 인간은 다양한 인생의 단계에 그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점점 더 나아진다고 볼 수는 없는 거네. 어떤 영역에서는 이십 대에도 육십 대만큼 옳을 수가 있기 때문이지.”

[문학] 세비야의 건달들 – 미겔 데 세르반테스 (민음북클럽에디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