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디어 올리버 – 수전 배리, 올리버 색스, 김하현 옮김, 부키, 2025.
배려 가득한 편지글을 읽는 기쁨. 저자들은 연구자와 연구 대상으로 만났지만, 서로의 연구에 영감을 주는 친구로 교류하게 됩니다. 주로 편지로 소통하면서 서로에 대한 배려는 기본이고, 서로의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삶의 끝자락에서까지 쓰기와 읽기에 매달리는 올리버 색스 박사를 보면서 나는 무엇에 몰두하며 오늘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연구자와 연구 대상에서 친구로
무미건조한 관계로 끝날 수 있는 관계로 시작합니다. 수전 배리 박사는 입체를 보는 시각을 후천적으로 얻게 된 사람으로, 올리버 색스 박사는 입체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신경의학 연구자로 만났기 때문입니다. 배리 박사는 본인 스스로가 연구자답게 자신의 상태를 때로는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다른 때엔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여 연구자인 색스 박사와 소통의 폭이 넓어지기 시작합니다. 나중에는 서로 연구에 영감을 주는 친구로 교류하게 됩니다.
편지의 힘
편지를 얼마나 서로 주고 받은 걸까요? 백 수십 통이나 편지를 주고 받은 것은 두 사람의 우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나중에 올리버 색스 박사의 청력이 문제가 생기면서부터 편지가 더 정확한 의사소통의 창구가 되기도 합니다. 내용도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편지는 연구자와 연구 대상자의 소통이 아닌, 연구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 매개로 진전합니다. 그 중에도 서로의 상황과 생각을 배려하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편지가 아닌 다른 매체로 배려를 눌러 담은 의견 교환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손편지를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졌습니다. 이메일로도 업무상으로 공격과 방어에 가까운 의사소통을 하게 되기 쉽습니다. 그러고 보면 편지가 얼마나 강력한 감정 교류 매체인지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가 한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
수전 배리 박사는 스스로 입체시의 세계로 걸어나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노력이지만, 이에 더하여 스스로 자신의 상태에 대한 논문을 찾아 정리하고, 안과 의사들도 찾아다닙니다. 올리버 색스 박사와 의견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역량으로 그 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입체적인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연구 대상에 머무르기를 거부하고 자신이 연구에 뛰어 든 셈입니다. 나라면 어땠을까요? 그저 스스로를 연구 대상으로 머무르게 하지 않았을까요? 올리버 색스의 책은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편지에서 드러나는 바에 의하면, 올리버는 거의 모든 순간 집필에 매달려 있습니다. 심지어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서도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책으로 올리버 색스를 기억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무엇에 열중하고 있을까요? 나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어서 그것에 집중하고 있는 걸까요?
[책 속 문장들]
P. 293.
지난 5년간 우리의 관계는 작가와 글감에서 친구로
바뀌었습니다. 올리버는 훌륭한 스승이자 멘토이기도 합니다. 올리버, 실제로 당신은 저의 엉클 텅스텐입니다. 당신이 실제로 만난 적 없는 열성적인 독자들, 그리고 다른 수많은 사람에게 그러하듯이요.

[링크][책] 디어 올리버 – 수전 배리, 올리버 색스 (교보문고)
[링크][과학] 자연스럽다는 말 – 이수지